순천인안초 아이들, 순천만 흑두루미 보며 존중·배려심 키운다

[전남, 생태환경교육에서 희망을 찾다]  
다리 다쳐 위기 처했던 흑두루미 '두리' 지역민 도움으로 13년만에 시베리아로
'초등생 두리들' 벼농사·철새 먹이주며 자연 배워···페교 위기 학교, 생태교육 터전 되다

두리들. 순천인안초등학교에선 생태환경교육 프로그램인 ‘흑두루미 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아이들 서로를 ‘두리들’이라고 부른다. ‘두리’는 순천만에서 다리를 다친 채 발견돼 지역민들의 정성어린 치료와 보호를 받은 후 13년만에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데 성공한 흑두루미의 이름이기도하다.

순천만이라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천혜의 지역 환경을 가진 곳에서 순천인안초 아이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발견하고, 인간과 자연이 한 몸임을 인식하면서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을 갖고 배움을 나눔으로 연결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순천인안초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순천만과 불과 3.5㎞ 떨어진 곳에 자리한 조그만한 학교다. 운동장 앞으로 너른 들판이 있어 시원한 풍광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름답고 가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이 곳은 2011년만 해도 학생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역민 등 학교 교육공동체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교를 행복한 삶을 꿈꾸는 터전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 고민의 결과로 나온것이 흑두루미 논 프로젝트이다. 흑두루미가 노니는 학교 앞 뜰을 배움의 장으로 삼아 생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생태환경교육은 이렇게 시작됐다.

순천인안초의 생태환경교육은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아이들로 성장하도록 공감과 오감을 일깨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첫번째가 흑두루미 논 가꾸기 활동이다. 논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역사이자 문화의 바탕이 되었던 곳이다. 작은 공간에 물이 가둬지면 다양한 생명이 관계를 맺는 생태계가 형성된다. 논이라는 장소에 모가 심어지고 건강하게 잘 자라면 그 곳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물은 350여종으로 늘어난다. 논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을 인정하는 것은 ‘존중’이며, 아이들은 거기서 함께 어우러져 배려하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협력’의 모습을 배우는 것이다.

흑두루미 논 가꾸기는 시 순천만 보전과(자연생태공원)와 협약으로 제공받은 논 990㎡(약 300평)에서 순천만영농단의 자문과 지원을 받아 친환경농사를 체험하는 활동이다.

‘두레 약속을 정하고 가족 발표하기’를 시작으로 ‘철새 먹이 나누기’ 활동에 이르는 한 해살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6학년인 논 두레장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끌면면서 책임자(리더)의 자질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손모내기를 한 논에서는 논 동물 관찰하기와 우렁이 넣기, 벼에게 노래와 연주 들려주기가 진행되고 벼가 익으면 허수아비 친구 만들어 주기 행사도 열린다.

또 난생 처음 낫을 잡고 벼를 베어보고 홀태로 홅기나 나만의 도구로 홅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벼를 수확해 벼 껍질 벗기기와 냄비 밥 지어먹기 등 체험도 한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황진 교사는 “아이들은 논에서 다양한 삶의 원리를 배우고 생명의 존엄성을 발견하며 인간과 자연이 한몸임을 인식하면서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을 갖고 배움을 나눔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순천인안초 아이들은 매년 삶의 터전을 공유하고 있는 철새들에게 겨울을 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또 수많은 철새들이 내년에도 순천만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먹이를 나누는 활동도 잊지 않고 있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과 협력해 순천만 생태 탐사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자연생태관과 천문관, 탐조선 등에서 습지에  사는 동식물과 자연을 탐사하고 자연환경 해설사의 도움을 받아 환경지식과 애향심을 기르는데 목표를 둔 활동이다.  

1학년-순천만의 사계, 2학년-순천만의 사람들, 3학년-순천만의 동물, 4학년-순천만의 식물, 5학년-순천만의 새, 6학년-순천만의 어린이 생태해설사를 주제로 1년에 걸쳐 순천만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해 심도깊은 자유탐구 활동을 펼치며 그 내용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긍정적인 것은 순천만 관련 영상보기, 학년 탐구 주제 정하고 모둠 조직하기, 탐구 계획세우기와 모둠별 실행의 과정을 탐구 내용 보고서로 정리하며 이전의 해설사 주도(지식 획득 중심)에서  학생탐구중심으로 활동의 주체와 목적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학년별 생태 탐사모습과 자유탐구 발표 내용, 소감문 등은 매년 보고서 형태의 책자로 발간되고 있다.

생태환경교육이 학교 안 학생에게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순천인안초의 교육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 등 외연확대에도 신경쓰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닌 순천만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순천만 봉사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외래 생태 교란종인 양미역취를 제거해 갈대와 토종 식물들이 잘 성장 할 수 있도록 돕고, 순천만을 찾는 이들에게 갯벌의 소중함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들의 존귀함을 알리는 캠페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순천인안초의 생태환경교육 성과를 여실히 증명해주는 것은 학생수의 변화다. 10년전 폐교 위기 당시 24명이었던 학생수가 이제는 100명이 넘어 120명에 달하고 있다. 생태환경교육 특화학교라는 유명세에 힘입어 전학과 유학 문의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효섭 순천인안초등학교 교장은 “우리학교의 생태환경교육이 10년을 이어올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을 포함해 순천만을 아끼는, 더 나아가 자연과 살아 숨쉬는 생명에 대한 사랑을 가진 모든 이들의 노력과 애정의 성과”라며 “이런 교육이 더 많은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진다면 우울하고 희망이 없어지는 미래가 더 밝고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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