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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은폐·방관이 낳은 상처…“친구들아 분노하고 소리쳐라”

by 광주일보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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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이 부르는 비극, 학폭 <중>
목격 학생 10명중 3명 ‘모른 척’
학생은 방관, 학교는 덮기 급급
학부모 침묵하는 태도 바꿔야
모두가 적극 고발자 돼야 예방

 

<출처:클립아트코리아>

10년 전 정부는 국무총리 담화문을 통해 “꽃과도 같은 학생들의 죽음에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학교폭력을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도 했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지났지만 학교폭력 굴레에 갇힌 채 들리지 않는 신음을 내뱉는 학생들도 여전하다. 최근엔 고교생이 이같은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특히 친구가 폭력을 당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별로 친하지 않다는 무관심, 도와줘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포자기의 심정 등이 뒤섞이면서 나서지 않고 방관한 학생들도 여전했다.

학교폭력 대부분이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 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만큼 피해자 주변의 많은 학생들이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고발자가 돼 목소리를 내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학생뿐 아니라 드러난 학교폭력을 쉬쉬하거나 축소하려는 학교, 또래 친구들의 피해사실을 듣고도 내 자식이 아니라며 눈과 귀를 닫는 학부모들, 이들이 ‘침묵’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명 중 3명, 여전한 방관자들=비영리공익법인인 푸른나무재단이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학교폭력에 대한 방관자들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재단이 지난해 말 전국 학생(초교 2학년~고교 2학년) 62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전국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자 중 26.7%가 ‘모른 척 했다’고 답했다. 학교폭력을 목격했지만 침묵한 한 학생들은 ‘내가 피해를 입을까 봐’, ‘망설이다가’, ‘자각하지 못해서’ 등을 방관한 이유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변인들의 학교폭력 방관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꼽고 있다. ‘신고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 ‘나도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보복 우려’, ‘믿고 의지할 교사가 없어 신고하기가 망설여진다’는 게 방관자들의 침묵 이유라는 것이다.

황한이 ㈔학교폭력가족협의체 광주지부 센터장은 “학교폭력 당사자건, 주변 학생이건 처음 ‘시그널’을 듣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책임감 없는 교사는 대충 불러 가해자에게 사과를 시켜 사건을 잠재우기 바쁘고,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낙인 찍힌 학생만 고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래 학생들이 주변에 알릴 생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광주일보가 만난 광주지역 중학생들도 ‘믿고 의지할 교사 부재’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광주시 광산구 중학교 2학년 A양은 “학교폭력을 직접 봤지만, 어떤 선생님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A양은 “친분이 없는데 괜히 내가 오해를 사거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양은 “학생부장 선생님은 친분이 없고 어려워서, 담임선생님께 알린 적이 있다. 담임 선생님과 친밀감이 없었다면 아무 말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아이도 아닌데 괜히 나섰다가…”=피해자가 내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침묵하는 학부모들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1년 학교폭력에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권승민 군의 어머니 임지영씨는 “자녀에게 학교폭력 사실을 듣고도 ‘내 자식만 아니면 되지’, ‘괜히 내 아이가 피해를 볼거야’ 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학교폭력의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한 고교생의 극단적 선택이 성적 탓이 아닌 학교폭력이 원인으로 밝혀진 것도 뒤늦게나마 “이렇게 덮혀서는 안된다”는 친구·학부모의 움직임이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조금만 더 일찍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나마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친구·학부모가 알리면서 침묵의 균열이 깨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피해 고교생 가족도 “아이가 숨지기 하루 전날만이라도 학교폭력 사실을 누군가에게 들었다면 아이를 평생 못보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 때문에 학교 현장의 구성원들인 학생·학부모들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적극적으로 공유함과 동시에, 교사에게 알리면서 어떠한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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