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NC 확진자 발생 구단 운영 파행, 중단 결정
8월 9일까지 올림픽 휴식기…형평성 논란 확산
‘7월 전승’ KIA, 코로나 비상 상황에도 원칙 지켜
KBO가 스스로 원칙을 깼다. ‘형평성’ 논란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KBO가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3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13~18일 예정됐던 경기가 취소된다. 이 경기들은 추후 편성된다. 오는 19일부터는 도쿄 올림픽 휴식에 돌입해 8월 9일까지 리그가 멈춘다.
KBO는 지난 7일 변화된 방역 상황에 맞춰 2021 KBO 리그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 개정판을 발표했다.
개정판의 코로나19 상황 발생 시 리그 비상 대응 지침에는 ‘구단 내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선수) 인원수과 상관없이 구단 대체 선수들을 투입하여 리그 일정을 정상 진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2명의 확진자가 나온 두산 그리고 3명이 확진된 NC는 2군 대체 선수를 활용해 리그에 참가하면 된다.
선수단 전원이 자가격리 상태지만 앞서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던 선수는 화이자 백신 1, 2차 접종을 마친 만큼 이들은 능동감시자로 리그에 참가할 수도 있다.
물론 ‘엔트리 등록 미달 등 구단 운영이 불가하거나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항목이 있는 만큼 리그 중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진원지가 된 두산과 NC는 엔트리 등록 미달과 구단 운영 불가 상황까지는 아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직격탄을 맞은 KIA는 지난 11일 ‘원칙대로’ 비상상황에서 경기를 풀어갔다.
내부 코로나 확진이 아닌 ‘두산발’ 밀접접촉자 발생으로 경기 개시 직전 부랴부랴 휴식일을 보내고 있던 이정훈이 콜업됐고,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루키 권혁경이 선발로 마스크를 쓰고 예상치 못한 프로데뷔전을 치렀다.
지난주 두 차례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 경기 취소를 경험한 KIA는 이날은 경기 지연 상황까지 겪으면서 혼돈의 1주일을 보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KIA는 원칙대로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에 올랐고, 1위 KT를 상대로 6연승을 완성했다.
하지만 승리에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문제의 두산전에서 1루수로 나섰던 선수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서 자가격리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묵묵히 매뉴얼 대로 시즌을 보냈던 KIA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KBO는 지난 6월에는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KBO 리그 위기 극복 요청서’를 정부에 제출하면서 “코로나 19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많은 국민들의 활력 충전 등을 위해 관람 인원 비율 확대, 취식 허용 등 방역 정책을 완화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민을 위한 프로야구를 언급하며 리그 진행과 관중 확대에 자신감을 보였던 KBO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새로운 매뉴얼을 발표했다. 리그 일정 정상 진행을 우선으로 언급했지만, 이 원칙도 깨면서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방역 수칙 위반 논란 속 리그에 코로나 사태를 불러온 NC와 두산은 침묵 속에 잇속만 챙겼다.
지난 6월 28일 KT 코치, 두산 전력분석원이 먼저 확진자가 되면서 한 차례 KBO는 경기 취소 소동을 겪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이번 코로나 사태가 불거졌다.
새로운 매뉴얼을 공표하고 방역수칙 강화 등을 언급했던 KBO지만 결국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고, 원칙까지 뒤집었다.
내부의 안일함도 사태를 키웠다.
KIA는 지난 4일 두산전을 통해서 두 명의 선수가 밀접접촉자가 되면서 자가격리 신세가 됐다. 앞서 전력분석원 확진이라는 악재도 있었지만, 두산의 인식은 안일했다.
문제가 됐던 광주 원정에서 두산의 한 직원은 다른 이들이 있는 장소에서 “끝나고 나서 술을 먹고 들어 가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선수단과 접촉하는 직원이지만, 며칠 전 팀 내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코로나19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그리고 KIA는 1주일 만에 ‘두산발 코로나’에 경기 취소, 자가격리라는 상황을 겪었다.
코로나19 감염이 의도치 않은, 불가항력 적인 것이라고 해도 두산 내부의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리그 중단을 발표한 KBO는 ‘코로나 19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서 ‘순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휴식기 이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또 다른 코로나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이미 원칙을 깬 만큼 ‘형평성’ 논란 속에 정상적인 리그 진행과 완주가 어려울 수도 있다.
2020시즌 코로나 시국 속 ‘희망’이 됐던 KBO는 원칙과 신뢰를 깨고 스스로 권위를 낮췄다. 리그 중단은 결정됐다.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살피며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게 KBO의 시급한 과제가 됐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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