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백서 발간
“고군분투 사립미술관 정보공유”
소록도 벽화프로젝트 기억 남아
지금 생각하면 모두 꿈만 같은 일이다. 고향의 낡은 폐교를 고쳐 미술관을 만들고, 그 미술관을 15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시골 남도 끝자락 고흥에서 그림을 싣고 강원도 화천까지 찾아갔던 일이나, 이제는 든든한 동반자가 된 소록도 주민들과의 첫만남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
지난 2005년 고흥군 영남면에 문을 연 남포미술관은 곽형수 관장이 2대째 운영해오던 영남중학교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전남 등록 제 1호 미술관’이다. 3000여평의 정원은 ‘전남 민간정원 10호’로 등록됐다.
곽형수 관장이 회고록 ‘무모했던 꿈 열정과 도전으로 이루다’와 백서 ‘척박한 땅에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다’를 함께 펴냈다. 특히 시골의 사립미술관에서 ‘백서’를 만드는 일은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눈길을 끈다. 남포미술관을 찾았던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도 ‘백서’를 받고는 “아카이브 작업이 보통 힘든 게 아닌데, 시골 미술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을 했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회고록, 특히 백서를 내는 것에 대해 괜히 자랑하고 그러는 것 같아 좀 망설이기도 했어요. 지역적 접근성이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골 시랍미술관이 어려움을 딛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꼼꼼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희처럼 힘든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뛰고 있는 이들과 소소한 내용들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우리 미술관들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
2년전부터 준비한 백서 작업은 힘들었다. 320페이지 분량의 백서에는 미술관 소개, 전시, 교육, 미술관 음악회, 찾아가는 미술관 등 다양한 자료가 실렸다. 여타 미술관처럼 인턴 직원 등이 없다보니 미술관에서 열렸던 그 많은 행사들의 사진과 자료들을 챙기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소록도와의 인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소록도 현지에서 열린 첫 기획전 ‘아기사슴, 희망을 나누다’를 시작으로 소록도 중증환자들이 직접 참여한 ‘소록도, 행복한 웃음으로 피어나다’전은 큰 감동을 전했다. 그 중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한 소록도 옹벽 벽화 프로젝트 ‘아름다운 동행-소록도 사람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달여 동안 3000만원을 모아야 프로젝트가 성공하는데 좀처럼 돈이 모이지 않아 애가 탔어요. 미술관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때로 기억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사정하며 모금에 참여해달라고 했죠. ‘나 죽을 때 부조하지 말고 지금 도와달라’면서요. 결국 문화예술위원회 펀딩 최고액은 3300여만원을 기록했죠. 많은 이들이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남포미술관에는 전시실과 함께 작은 공연장을 갖추고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시골사람들을 미술관으로 오게하는 방편이었다. “나, 그림 볼 줄 몰라”하는 주민들에게 “굿보러 오세요”하며 손을 내밀었다.
“처음 이곳에 미술관을 연다고 했을 때 미친놈이라고 했어요. 누가 여기까지 그림을 보러오겠냐,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오겠냐 하면서요. 동네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공연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작전이 맞아 떨어졌죠. 공연 보러 왔던 주민들이 ‘지난 그림 보다 이번 그림이 더 좋네’하며 한마디씩 하게 되더군요. 항상 좋은 공연을 유치하려 노력했습니다. 미술관 방문이 자연스러워지니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들도 늘어났구요. ”
곽 관장은 사립미술관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공공성을 갖고 있지만 관리운영비 등을 개인이 부담하며 대가 없이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오는 재정적 부담, 사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공공인력과 예산 지원을 꺼리는 상황 등이다.
곽 관장은 “초기에 미술관을 찾았다 다시 방문한 이들은 ‘미술관이 천지개벽했다’, ‘관장님이 많이 늙으셨다’는 말을 하곤 한다”며 내 생애 마지막까지 이어질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려한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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