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외 28인 지음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책이 몇 권 있다. 전염병이 번진 폐쇄도시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대표적이다. 1353년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도 수백년이 지나 다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데카메론’은 1348년, 2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이 피렌체를 황폐화시키고 있을 때 피렌체 외곽의 한 저택에 피신한 10명의 남녀가 서로를 위해 들려주는 100편의 이야기를 담은 액자소설 형태의 책이다.
코로나가 확산되던 시점, ‘뉴욕타임스’는 소설가 리브카 갈첸으로부터 “독자들이 현재 순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데카메론’ 리뷰를 쓰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편집부는 여기서 기획을 발전시켜 유명작가들이 격리 중에 쓴 단편 소설을 모아 ‘우리 시대의 데카메론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쓴 새로운 소설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이 마거릿 애트우드 등 29명의 작가가 쓴 ‘데카메론 프로젝트-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다. ‘삶의 가장 무서운 경험 중 하나에 깊이 빠져들었던 순간에 쓰여진 소설들’은 신문에 연재될 당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소설이 준 위안에 대해 감사의 메일도 편집국으로 전해졌다.
리브카 갈첸은 들어가는 글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데카메론’에 대한 내용과 함께 “어려운 시기에 소설을 읽는 것은 그 시기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그 시기를 끈기있게 버텨내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고립된 시간,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멋진 상상력으로 가득하고 고통을 말하며 더불어 희망을 전한다.
해마다 노벨상 후보에 오르는 ‘시녀 이야기’의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는 격리 중인 지구인들을 돕기 위해 행성 간 원조 패키지 일환으로 지구에 온, 문어 모습의 외계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SF 소설이다. 캐나다 출신 소설가 모나 아와드의 ‘이처럼 푸른 하늘’은 마흔번째 생일을 맞은 한 여자가 “힘든 한 해를 보내셨군요, 안 그런가요?”라고 묻는 고급 스파의 종업원에게서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실험적인 치료를 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또 존 레이는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산책시키는 척하면서 통행금지령을 교묘히 피하도록 개를 대여해주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열린 도시 바르셀로나’를 선보이며 ‘브루클린’의 작가 콜럼 토빈은 작품 ‘LA강 이야기’를 통해 중년의 소설가가 봉쇄된 상황에서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유지하고 지키려하는 지 보여준다.
그밖에 라일라 랄라미의 ‘내 남동생의 결혼식’, 마이 쿠토의 ‘친절한 강도’ 등 서로 다른 상상력과 통찰로 그려낸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인플루엔셜·1만65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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