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본과 1학년 때 예방의학 교수님께서 강의 중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뇌졸증’과 ‘뇌졸중’을 헷갈려 하니 쉽게 기억하는 방법은 ‘뇌가 졸고 있는 중’으로 기억하라는 농담이었다. 우리가 졸고 있으면 기억도 나지 않고 움직임도 둔해지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뇌졸중은 잠에서 깨어나듯 기능이 이전처럼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뇌졸중이란 뇌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면서 뇌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신경학적 장애가 남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특히 뇌졸중은 암과 다르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며 환자와 가족에게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경제적 위기까지 유발한다.
뇌졸중은 출혈성과 허혈성 모두를 포함한다. 허혈성은 뇌혈관이 막힘에 따라 뇌혈류가 감소돼 뇌조직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뇌경색과 일과성 허혈성 발작을 통틀어서 일컫는 용어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뇌경색에 비해 훨씬 예후가 불량하고 위험한 출혈성 뇌졸중에 대해 알아보자. 뇌출혈은 발생 기전에 따라 여러 아형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고혈압에 의한 뇌실질 출혈, 아밀로이드 혈관병증, 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 출혈 또는 뇌혈관 기형 등 매우 많은 원인이 있다.
따라서 뇌출혈의 원인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우나 가장 흔한 원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장 흔한 뇌실질 출혈은 고혈압성으로 발생하지만 이전과 달리 항고혈압제 사용 증가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고혈압은 장기간 조절되지 않으면 소동맥 혈관벽의 유리질 변성에 의한 세동맥 경화증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혈관벽이 비대해져 막히면 열공 경색이 발생한다. 이러한 혈관 변성은 탄력이 감소하므로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 시 파열로 이어져 뇌실질 출혈이 발생한다. 즉 열공 경색과 뇌실질 출혈은 원인이 같다. 따라서 고혈압을 치료하면 뇌출혈뿐만 아니라 뇌경색까지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 아밀로이드 혈관 병증에 의한 뇌출혈도 있으며 이러한 경우 수술이나 약물 치료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끔 뇌출혈과 뇌경색을 같은 뇌졸중으로 보고 항혈소판제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또 다른 경우를 살펴보면 최근 영상학적 진단 기법의 발달로 뇌동맥류의 진단 케이스가 매우 많이 늘었다. 동맥꽈리라고도 불리는 뇌동맥류는 상대적으로 매우 큰 혈관에 발생하므로 위험하다.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면 사망률과 후유증이 많아 조기에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후순환계의 동맥류나 두개강 심부의 동맥류는 수술 후 예후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벤션이라 불리는 혈관 중재술의 눈부신 발달로 치료 결과가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하지만 동맥류라 하더라도 모두가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두개강 내에 위치하더라도 상상돌기라 불리는 두개골 주위에 발생하는 경우나 크기가 3㎜ 이하면 파열의 위험이 매우 낮아 치료보다는 영상학적으로 추적 관찰을 권장한다. 동맥류의 크기가 5㎜ 이상인 경우 적극적인 동맥류 결찰술이나 코일 색전술로 출혈 예방이 필요하다. 크기가 작다고 파열의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즉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의 변화로 파열의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동맥류를 진단받고 경과를 관찰 중이라면 적극적 혈압 관리와 금주, 금연과 같은 생활 습관의 교정은 동맥류 파열의 위험을 떨어뜨린다. 또한 고지혈증 역시 동맥류 내의 염증을 유발해 파열의 위험을 높이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뇌출혈과 뇌경색이 발생하면 각각의 원인에 따라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이들 질환의 치료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막히면 뚫고 터지면 막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상반되는 방향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뇌경색과 뇌출혈을 예방하는 치료는 몇몇 특정한 뇌출혈, 예를 들어 모야모야병 또는 뇌혈관 기형과 같은 원인을 빼고 상당히 겹친다. 즉 뇌경색과 뇌출혈의 예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리하자면 평소 금연·금주·운동을 통해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혈압·당뇨도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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