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연재기자

“‘이한열체’ 맘껏 쓰고 선열들의 뜻 기억해 주세요”

by 광주일보 2021. 6. 16.
728x90
반응형

‘글씨체로 영·호남 한 마음’ 대구 다온폰트 황승현 기획국장
‘투사회보’ 박용준 글씨 등 컴퓨터 폰트로 되살려 무료 배포
“선열 위해 할 수 있는 최선…호남 넘어 더 많은 열사 다룰 것”

 

화순 출신 이한열 열사부터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투사회보’를 썼던 박용준 열사까지, 그 혼이 깃든 글씨체를 컴퓨터 폰트(서체)로 옮겨 열사들을 기리고 나아가 영·호남 화합까지 이끄는 이들이 있다.

대구 디자인 폰트 업체 ‘다온폰트’(대표 황석현)는 최근 이 열사의 글씨를 컴퓨터 서체로 되살렸다. 이 열사가 남긴 시, 일기, 편지, 독서록 등 육필 자료를 바탕으로 ‘이한열체’를 만든 것이다.

지난 5월에는 광주로,광주YWCA,들불열사기념사업회와 협업해 5·18 투사회보에 남은 박 열사의 육필을 토대로 ‘박용준 투사회보체’를 제작했다. 투사회보는 5·18 당시 외부로부터 고립된 채 왜곡된 언론보도만 접해야 했던 광주 시민들에게 정확한 소식을 전해준 시민 신문이었다. 박 열사는 노동야학인 ‘들불야학’ 일원으로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가 쓴 초안을 철필로 등사지에 옮겨 적었다.

황승현 다온폰트 기획국장은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을 무릅쓴 선열들의 뜻이 사람들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제작 소회를 밝혔다.

“선열들의 글씨체를 컴퓨터로 옮기는 건 늘 하고 싶던 일이었습니다. 선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컴퓨터 서체는 한 번 만들어지면 전국민 누구나 쓸 수 있고, 오랫동안 사용하며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이한열체는 지난 9일 이한열 열사 34주기를 맞아 무료 공개·배포됐으며, 박용준 투사회보체 또한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다온폰트는 윤동주, 김구, 안중근, 한용운,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의 육필도 컴퓨터 서체로 재탄생시켜 무료 배포하고 있다. 서체는 다온폰트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컴퓨터 서체를 제작하는 건 보기보다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글 초·중·종성을 조합하면 1만개가 넘는 글자가 나오는데, 이 중 필수로 제작해야 하는 표준 글자만 2350자다. 여기에 외래어를 표기하기 위한 추가 글자 224자를 추가로 만들어야 서체 1개가 완성된다.

 

다온폰트 황석현(왼쪽) 대표와 황승현 기획국장. <다온폰트 제공>

황 국장은 “육필을 컴퓨터 서체로 바꾸는 건 과정이 더 복잡하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은 구할 수 있는 자료가 한정돼 있으니 더 어렵다”며 “1개 서체에 필체를 오롯이 담아내고자 전 직원이 육필 자료를 수백, 수천장 손으로 베껴 썼다. 필체가 손에 묻어날 때까지 끝없이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다온폰트는 제작비를 자체 부담하고, 무료로 배포해 수익을 낼 수도 없으면서도 선열들의 서체를 옮기는 일에 힘을 쏟았다. 이에 관해 황 국장은 “관심이 있고, 잘 한다고 자신하는 일이니까 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이어 “처음엔 영·호남 화합까진 미처 생각치 못했는데, 자연스럽게 호남 열사들도 많이 다루게 됐다”며 “지역을 뛰어넘어 더 많은 선열들의 글씨체를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꼭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무거운 마음으로 서체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가령 ‘이한열체’는 편지글을 바탕으로 했던 만큼 굉장히 예쁜 글씨체예요. 편견 없이 마음껏 쓰시고, 서로 공유하면서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따금씩 선열들을 기억해 주시고, 알아 주시기만 한다면 감사합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재활로봇시스템 개발 서영식씨 “몸 불편한 이들에게 자유 선물할 것”

“대학 2학년 수업시간에 만난 지금의 처가 제 인생의 방향을 정해줬습니다. 노인, 장애인 등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에게 로봇공학을 통해 자유를 선사하고 싶어요.”서영식(31)씨는

kwangju.co.kr

 

5·18 무명열사 신원 41년 만에 밝혀졌다

이름 없이 묻혀있던 무명열사의 신원이 41년 만에 밝혀졌다. 무명열사는 고(故) 신동남씨로 확인됐다.15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국립5·18민주묘지 세미나실에서 기

kwangju.co.kr

 

호남 빛낸 국악 명창 한자리서 만난다, 공연 ‘한여름밤 문화재 이야기’

국악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가 담겨있는 문화유산이자 자긍심이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더 깊고 넓게 가꾸어가며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무형문화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