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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학동 참사 피해자 발인식…“편안히 떠나시오” 마지막 배웅

by 광주일보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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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9명 중 7명 엄수…시민·정치권 등 추모 발길 이어져
분향소 찾은 유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광주에 위로 전해”

 

13일 오전 광주시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철거 건물 붕괴 참사로 숨진 희생자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광주시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발인식이 지난 12일과 13일 병원과 장례식장 등 곳곳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의 안타까움 속에 진행됐다.

참사 발생 나흘째인 지난 12일 오전 6시 10분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A(여·30)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A씨는 아버지와 함께 버스에 탔다 변을 당했다. 당시 동구의 한 요양병원으로 어머니 병문안을 가는 길이었다는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지만 이날 아버지는 딸의 발인식을 지켜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사고 여파로 큰 부상을 입고 광주기독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유족들은 이날까지도 딸의 사망 소식을 아버지에게 전하지 못했다.

발인 시각이 되자, 환하게 웃는 A씨의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유족 20여명이 뒤따랐다. 발인 행렬이 시작되자 멈췄던 유가족들의 눈물이 다시금 터져나왔다. 유족들은 숙연한 가운데 옷소매로 눈가를 닦고 숨죽여 흐느끼며 A씨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A씨의 작은아버지는 “그날, 그 시각 형과 조카가 하필 왜 거길 갔을까 참담한 심정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건물이 무너져 아무 대책도 없이 지나가는 버스를 덮쳤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다. 처벌도 처벌이지만, 사회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게 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복지회관에서 또래 어르신의 말벗을 해준 뒤, 운림 54번 버스를 타고 자택으로 향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B(여·72)씨의 발인식은 13일 오전 8시 30분 광주시 북구 구호전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B씨의 영정사진을 조심스레 품에 안은 손자와 그 뒤로 위패를 든 앳된 또다른 손자 유족들이 B씨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벌써 참사 발생 5일, 유가족들은 더 이상 울분을 토해낼 힘마저 떨어진 듯 떠나는 B씨의 마지막 모습을 황망하게 쳐다 볼 뿐이었다.

운구행렬 사이에서 누군가 넌지시 꺼낸 “편안히 떠나시오”라는 말을 끝으로 B씨를 실은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떠났다.

이날까지 참사 희생자 9명 가운데 7명의 발인식이 엄수된 가운데, 14일 다른 2명의 발인식이 엄수될 예정이다.

 

13일 오후 ‘광주시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동구청 광장에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희생자들을 향한 일반 시민들의 추모 행렬도 참사 발생 닷새동안 이어지고 있다.

동구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는 시민들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의 추모 발길이 잇따랐다. 조문객들은 희생자들과 일면식 조차 없지만 안타까움에 눈물을 보이는 가하면 직접 구매한 국화를 헌화하기도 했다.

정지원(여·28·광주시 동구 학동)씨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눈물이 났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예림(18)·예지(17) 자매는 꽃집에 들러 직접 구매한 국화를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올렸다. 김예지 양은 “저와 동갑인 친구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 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1일 오후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참사와 관련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어달라는 뜻을 전했다.

유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께서는 여러 차례 발표한 재발 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런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점에 대해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말씀하셨다”며 “무엇보다 희생된 분들의 명복과 부상을 당한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슬픔에 빠진 가족과 광주 시민 모든 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오전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한 뒤 “국내 공공 형사 정책의 핵심은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라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안전을 침해하는 사건을 엄정하게 처벌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4·16세월호가족협의회 등 각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13일 오후 7시까지 2864명의 조문객이 광주 동구청 합동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허망한 죽음을 추모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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