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건물 붕괴 참사…한자리에 모인 유가족들
동구청·시공사·철거업체 대표 등 참석 지원 절차 등 논의
“위험 감지한 작업자들 피할 때 왜 교통통제 안했나” 분통
“동구청, 안전관리 어떻게 한 것이냐” 감독 허술 질타도
“원하는대로 해주신다고요? 그럼 살려주세요.”
10일 오후 광주시 동구 치매안심센터 회의실은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피해 가족들의 분노로 가득했다.
이날 자리는 9명의 사고 희생자 가족들의 장례 및 유족지원절차,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동구청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재개발사업조합장, 철거업체인 한솔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9명의 희생자 중에서는 8명의 가족 23명이 참여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동구를 비롯, 재개발 철거사업 관련자들의 위로 및 사죄의 말을 듣고 있다 분통을 터트렸다.
조중진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장은 “유가족들 일을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가족 일처럼 최선을 다해 유가족을 돕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너무 억울하다”며 울부짖었다. “보상이 무슨 문제냐? 남은 가족은 어떻게 하라는거냐”며 울먹였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측의 발언 뒤에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일어났다”면서 “회사는 최대한 사고 원인 조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별도로 유가족과 부상자들 불편이 없도록 피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유족들의 의견을 우선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철거업체 재하도급 의혹이 있는데 진실을 알려줘야 억울함이 풀리지 않겠냐”고 물었다. 권 대표는 “(우리 회사는) 한솔기업과 하도급 계약만 맺었을 뿐 다른 재하도급은 없었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잘못된 철거 작업에 대한 책임 여부를 따져물었다.
권 대표는 “책임소재는 경찰수사 등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회사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이와 관계없이 유족들의 아픔, 치유를 먼저 생각하겠다”고 했다.
사고건물에 대한 철거작업을 맡은 김정우 한솔기업 대표는 “제가 죄인이다. 모두 제 탓이고 제 잘못”이라고 큰 절을 했다.
이 때 유가족들의 분노가 커졌다. 한 유가족은 “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사과냐”면서 “저희 어머니가 죽었다”고 오열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작업자들은 이상한 징후가 있어 대피했는데 교통정리만 해줬어도 되는 것 아니냐. 왜 본인들만 피했냐”면서 “신호등이 설치된 도로인데 왜 차도를 막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구청 책임을 묻는 유족도 나왔다.
한 유족은 “구청은 안전관리를 어떻게 한 것이냐. 건물이 그대로 무너지게 놓아두게 합니까? 이게 말이 됩니까?”라며 지자체의 안전관리 감독 허술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관련 기관 관계자들 말을 듣고 있던 한 유가족은 “‘모두 지원해주겠다’, ‘원하는 게 뭐냐’고 물으셨다. 그렇다면 내 가족을 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능한 범위조차 제시하지 않고 무작정 도와주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따졌다.
한편, 동구 등 관련기관들은 장례비 지원, 숙소 및 식비 지원 등 생활안정 지원 등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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