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대법 판결과 완전 배치
안보 불안 등 ‘사법 외적’ 판단도
“비상식적·비법리적 결정” 성토
판사 탄핵 촉구 국민청원 제기
지역 시민단체, 규탄 회견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각하 판결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판결을 한 재판부의 탄핵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판결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들의 논평과 비판 기자회견도 줄을 잇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도 가세하면서 판결로 인한 논쟁은 격화되는 모양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낸 개인청구권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린 재판부 판사의 탄핵을 요구하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해당 청원 글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7만8000명이 넘는 국민들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한 달 내 20만명이 동의한 국민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 관계자나 관련 부처 장관 등이 공식 답변을 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 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도 공동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가 만들어낸 현실에 굴복한 재판부의 비상식적, 비법리적 판단”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공동 논평에는 민변,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 15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우선,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선례를 들면서 “현저한 사정 변경이 없다면 해당 전원합의체 의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타당한데, 별다른 사정변경이나 추가 논리 없이 다른 해석으로 판결을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민변 등은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의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판단을 했다”면서 “민사소송 원고의 권리를 인정하면 ‘대한민국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가 위태로워진다는 금시초문의 법리를 설시하면서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부끄러움없이 명시했다”고 비판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도 “인권,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적 문제까지 고려한 판결”이라며 9일 오후 2시 광주지법 앞에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노동계와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이번 판결은 사법부 역할을 뛰어넘어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의 권위를 철저히 무시한 판결이며, 사법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치욕의 판결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신 추락이나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재판부의 판결은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친일 사고의 잔재”라고 비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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