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림 외 9인 지음
그 어느 때보다 ‘집’이 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온 요즘이다. 재택 근무자들에게는 아예 집이 직장이기도하고, 약속이나 주말 나들이 등이 어려워진 많은 사람들은 집에 머물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게 된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집과 좀 더 친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집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나의 작은 집에서 경험하는 크고 안전한 기쁨에 대하여’는 집을 재미있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고 집에서의 생활을 살뜰히 챙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 번역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10명의 여성 작가가 전하는 ‘나만의 집 사용 설명서’는 참고할 만한 팁들을 전해준다. 거창할 것 없는 소소한 내용들이지만, 무릎을 치며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들도 있어 풍요로운 집 생활의 즐거운 길라잡이가 된다.
문구류를 좋아해서 ‘문구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양한 글을 쓰는 김규림은 ‘집순이’가 된 후 네모 난 공간에도 매일의 기분과 표정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집을 더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집과 한몸이 된 듯 생활하며 집에서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어갈 무렵 팬데믹이 닥쳤을 때 그는 지인들을 위해 35가지 작은 팁과 노하우를 모 아 ‘집에서 혼자 노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PDF 파일을 작성 배포했다. 소품 위치 바꾸기, 집에 어울리는 음악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 등이 담겼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 중 집안에 ‘노 와이피존’을 만드는 것은 쉽게 실행해 볼만하다.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 아날로그 공간을 만들어 외부의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일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고요한 시간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대화하는 시간도 확보되는 이점이 있다.
‘야행성 정리광 소녀’ 시절을 거쳐 친구들 이사하는 집에 가서 입주 청소 수준으로 집 청소와 정리를 해주는 브랜딩 디렉터 김희정은 ‘집을 브랜딩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은 누군가에겐 그 자신이고 위로이고 쇼룸이고 동굴이고 즐거움”인데 집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려면 결국 ‘나’를 알아야한다. ‘집 브랜딩’은 집을 이러저러한 콘셉트로 꾸미는 게 아니라, 다 덜어내고 집과 나의 존재를 생각한다는 것이고, 남 몰래 채워온 취향과 수집의 역사에 주목해 보면 ‘나’를 찾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글도 쓰는 봉현은 집에서 ‘일의 틈새에 생활을 끼어넣어’ 환경을 쾌적하게 하고, 정신적인 환기와 몸의 리프레시도 찾는다고 말하고,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는 집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고 싶다’가 아닌 ‘머물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싶다고 적었다.<세미콜론·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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