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국립묘지·전일빌딩245 등 방문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 관람
1년동안 발생배경, 시민군 활동
대표적 인물, 관련 책·영화 등 조사
박진환교사 “현장 느낄수 있어 뿌듯”
1년 동안 후배들을 위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교재를 만들고 있는 충남아산 거산초 6학년 학생들이 지난 2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방문, 오월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을 관람했다.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6학년들은 지금 졸업 때 후배들에게 ‘선물’로 전해줄 교재를 만들고 있다. 학기 초부터 주제에 대한 자료조사, 토론 등을 진행중이고 1년 프로젝트가 끝나면 5학년 후배들에게 전달해줄 예정이다. 교재의 주제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이다.
아이들은 지난 28일, ‘오월의 현장’인 광주를 찾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중인 오월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저마다의 감상평을 쏟아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들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는 게 좋았어요. 저도 꼭 그 때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았어요.”, “객석이 막 움직이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었지만, 재미있었어요.” 등등.
미래 세대와 맞닿는 ‘오월’을 이야기하는 2021년. 광주를 넘어 타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오월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또 교재까지 만들어 눈길을 끈다.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은 사회 수업시간이었다. 교과서와 5·18재단이 전국에 배표한 자료로 아이들과 수업을 하던 박진환(53) 교사는 어른들의 말로 쓰여진 책의 내용이 너무 어려워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보고 “너희들 말로 쉽게 바꿔 교재를 만들고, 5학년 후배들이 6학년이 될 때 이 교재로 공부하게 하면 어떨까” 제안을 했다.
아이들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두 달째 5·18에 대해 공부중이다. 5·18의 발생 배경과 과정, 시민군 활동 내용, 오월의 대표적 인물, 관련 영화와 책 등에 대한 자료 조사를 진행했고 국어시간에는 오월을 다룬 대표적 동화인 김남중 작가의 ‘기찻길 옆 동네’를 한달간 함께 읽으며 의견을 나눴다. 또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의 5·18 특집 프로그램도 함께 봤다.
오월현장 방문은 가장 좋은 공부지만 코로나 19로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행히 학부모들의 응원과 학교측의 협조로 광주를 방문할 수 있었고, 6학년들의 방문 소식에 5학년 학생들도 전날인 27일 먼저 광주를 다녀갔다.
이날 오전 8시 아산을 출발한 학생들은 5·18국립묘지를 시작으로 5·18재단을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연극 관람 후에는 전일빌딩 245를 방문, 헬리콥터 사격 흔적 등 오월의 현장을 재현해 둔 공간을 꼼꼼히 둘러봤다. 또 “시민들이 주먹밥을 만들고 시민군을 응원하던 양동시장에 가고 싶다”는 학생의 제안에 따라 양동시장을 찾아 저녁을 먹고 장을 보기도 했다.
경남과 충남에서 주로 교사 생활을 했던 박 교사는 수업시간에 오월 광주를 이야기하는 게 늘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열 차례도 넘게 광주를 방문했지만, 아이들과 ‘오월 현장’을 찾는 일이 실제 일어날 줄은 몰랐다.
“올해가 교사 생활 30년차입니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진실을 진실이라 말하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어요. 죄 짓는 기분도 들구요. 아이들과 5·18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이렇게 현장도 방문하니 뿌듯합니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함께 공부한 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수줍게 아는 체도 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민주, 주권,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책이나 입으로가 아닌, 아이들이 몸으로 직접 느끼고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광주를 찾아가는 건 진실과 만나는 일’이라고 말하는 박 교사는 “당장 오늘 본 연극이나 광주의 모습에 대해 아이들은 더 많은 질문을 할 것이고, 앞으로 좀 더 길게, 더 많이 광주의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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