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 톱 기사로 ‘탄압의 현장’ 보도… 계엄군 무차별 폭력 생생하게 찍혀
일본의 진보계열 신문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27일자(석간) 1면에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내용을 톱 기사로 게재했다. 특히 톱 기사에는 80년 당시 광주의 상황이 담긴 세컷의 컬러 사진이 편집돼 눈길을 끌었다.
27일 아시히신문과 이 기사를 작성한 ‘타케다 하지모’기자 등에 따르면 이날 기사는 최근 이 신문사 퇴직 사진기자의 유품에서 5·18 관련 사진이 담긴 필름이 발견됨에 따라, 5·18 주간에 맞춰 보도됐다.
이 기사에는 41년 전 1980년 5월 일본 아사히신문 사진기자 아오이 카츠오씨가 직접 광주의 현장을 찍은 247컷의 필름이 유품에서 발견됐으며, 이 사진들은 디지털작업을 통해 보관할 것이라고 담겼다.
1980년 당시 국내 언론사들은 검열 등에 의해 필름 원본을 상당수 빼앗겼지만, 당시 외국 언론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 온전한 필름이 상당부분 남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자 1면 톱기사는 ‘광주사건 탄압의 현장’의 제목이란 기사가 편집됐다.
이 기사에는 1980년 5월 당시 사회부 사이토 타다오미(2014년 71세 사망) 기자의 활동상과 사진부 아오이 카츠오(2017년 78세 사망) 기자가 찍은 247컷의 필름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사진은 사진기자의 장녀 나카츠 카 마리(53)씨가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을 발견한 유족들은 “지금도 미얀마등 세계 각지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형태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사진 중 일부는 지난 2007년 아오이 카츠오 사진기자가 광주를 방문해 강연할 때 공개 한 적이 있지만 모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최초이다.
발견된 필름은 247컷 중 57컷이 컬러 사진이고, 연속 촬영된 사진은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시위에서 계엄군의 무차별적 폭력에 노출되는 모습이 생생이 찍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에 1면에 게재된 3장의 사진은 모두 컬러사진으로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부상자를 옮기는 장면, 장갑차 주변에 계엄군이 주둔하고 있는 모습, 시위대의 방화로 불길에 휩싸인 MBC의 전경 등이다. 특히 당시 MBC가 화재로 불길이 치솟는 컬러 사진은 처음이다.
기사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18년 간의 군사 독재정권이 쓰러진 이듬해, 쿠데타로 실권을 잡은 군부가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비상계엄령을 확대했다는 내용, 저항이 거셌던 광주에 공수부대를 포함한 군대가 투입됐다는 점, 통신이 차단되는 등 광주의 고립 상태 등 광주의 실상을 자세히 설명했다.
또 외신 기자만 광주의 현실을 전할 수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당시 한국 언론은 엄격한 검열 아래 ‘폭도화한 학생과 시민의 내란’이라는 군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할 수 밖에 없었고, 현지에 들어간 외국 기자만 실태를 전했다는 것이다.
당시 아사히 신문의 두 기자는 우연히 다른 취재 건으로 한국에 입국해있던 중, 광주의 상황을 감지한 후지타카 지국장이 이들을 현지에 파견했고, 두 사람은 군 검문을 통과해 버스·택시·도보 등으로 두차례 현장에 들어갔으며, 총구가 겨눠지는 상황 속에서 취재를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5월 19~23일 5일동안 광주에서 활동을 한것이다.
당시 아사히 신문은 이 두기자의 취재를 24일·29일자 조간에 ‘분노의 광주, 피와 파괴’, ‘시민 눈앞 총격전, 무료 음식 제공, 학생들 교복 모자로 모금운동’ 등의 제목으로 사진 8장과 함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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