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월스트리트 기자 노먼 소프 기증 자료 특별전
윤상원 열사의 불에 탄 주검···문재학·안종필 최후 모습 등 200여점
열 여섯살의 앳된 소년인 광주상고 1학년 문재학·안종필 열사는 친구끼리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문 열사는 목 부위에 총을 맞고 누운 상태에서 숨졌으며, 안 열사는 복부에 총을 맞고 엎드린 채 사망했다.
두 열사의 사망 사진에는 주변에 총기는 찾아볼 수 없으며 빵조각만이 떨어져 있었다. 여기에 사망 장소도 계엄군이 보이는 사무실이 아닌 건물 뒷편의 복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격렬히 저항중이 아니라 잠시 휴식중이거나 피신 중에 계엄군 총탄에 숨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이 휩쓸고 간 옛 전남도청의 생생한 내부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당시 상황은 참혹하고도 야만적이었다.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새로운 사진과 자료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아직 발굴하지 못한 5·18 진상을 담은 기록들도 조속히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복원추진단)에 따르면 7일부터 7월31일까지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서 노먼 소프(Norman Knute Thorpe) 전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기증한 5·18 관련 자료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노먼 소프가 1980년 5월 21일~27일까지 광주와 목포 등을 오가며 촬영한 사진 등 200여 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노먼 소프는 1980년 5월27일 오전 7시30분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끝나자, 언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청에 들어가 계엄군이 정리하기 전 내부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노먼 소프가 찍은 경찰국장실 복도 사진의 시계가 7시 50분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불에 탄 주검을 포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5·18 막내 시민군이자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 문재학(16)군, 그의 친구 안종필(16)군 등의 최후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복원단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특별영상실’에서 희생자의 발견 위치와 성명, 시신 이동 장면 등을 영상으로 선보인다.
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81)씨는 “얼마 전 복원단 직원들이 와서 재학이 사진을 보여주며 확인했다”면서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도청 복원과 5·18진상규명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전시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는 노먼 소프의 사진을 영상으로 편집한 것으로 도청에서 최후까지 항쟁한 9명의 열사와 YWCA 앞의 신원미상의 열사까지 총 10명의 열사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5·18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시민군의 대표 윤상원 열사의 시신과 김동수 열사의 시신도 공개된다.
이번 사전은 노먼 소프 기자와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노먼 소프는 1980년 5월21일 광주를 찾았고, 22일 전남도청에서 대학생 시민군으로 활동중이던 이씨를 인터뷰하며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1997년 한국을 방문한 노먼 소프가 취재수첩에 적었던 이씨의 이름을 기억해 이씨를 찾았다.
이후 최근까지 연락하던 중 이씨가 가교 역할을 해 노먼 소프의 사진이 도청복원추진단에 전달됐다.
노먼 소프는 “젊은 세대가 이번 전시를 통해 1980년 당시 광주가 민주주의를 꽃피우려고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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