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찰 1분기 사건 들여다보니]
사건 처리 속도 늦어지고 검찰 재수사·보완수사 요구 늘어
불송치 사건 중 72건 재수사 요청···시정조치도 21건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뒤 경찰의 사건 처리 속도는 늦어지는 반면, 검찰의 재수사나 보완수사 요구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이 과거보다 엄격하게 경찰 수사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경찰의 미흡한 수사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3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3월)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4898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6314건)에 견줘 22.4% 감소했다.
경찰이 새로운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불송치 결정 권한을 갖게 된 뒤 검찰에 넘기지 않고 자체 종결한 사건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까지는 경찰이 사건을 수사한 뒤 기소·불기소 의견을 달아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었다.
올해부터는 기소 의견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 사건은 사건 조사기록만 ‘송부’하고 있다.
반면, 검찰의 재수사나 보완 수사 요구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90일 안에 경찰의 불송치 결정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은 올 들어서만 광주 경찰의 불송치 결정 사건 중 72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한 상태다.
광주 경찰이 지난 1월 불송치했던 1032건 중 17건에 그쳤던 검찰의 재수사 요구는 불송치 사건이 743건으로 줄어든 2월에는 오히려 3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3월에도 1188건의 불송치 사건 중 25건의 재수사 요구가 이뤄졌다.
검찰이 경찰에서 넘어온 송치 사건에 대해 보완 수사를 요구한 경우도 크게 늘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사건은 1분기(1~3월)에만 278건으로, 전체 송치 사건(4898건)의 5.6%다. 경찰이 수사해서 넘긴 사건 20건 중 1건 이상 수사가 미흡하니 추가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1분기의 경우 송치 사건은 1869건(1월)→1169건(2월)→1860건(3월) 등으로 비슷한 반면, 보완 수사 요구 사건은 67건(1월)→86건(2월)→125건(3월) 등으로 급증세라는 점에서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적용, 광주시 북구의회 백순선 의원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대가성을 입증할 수사가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한 상태다. 지난해 9월 수사에 들어가 반 년 만에 송치해놓고도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 수사를 요구받았다는 점에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력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지난해 6월 광주시 서구 풍암동 일대에서 5명의 부상자를 낸 교통사고도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에 따라 추가 수사가 진행중이다. 교통사고 관련 가족들이 요청한 지문감식, 혈흔 DNA 검사, 시뮬레이션 검사 등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인권 침해·수사권 남용 여부 등을 파악해 요구할 수 있는 시정조치도 1분기에만 21건에 달했다.
전남경찰은 이같은 보완수사·재수사·시정조치 등의 우려가 제기되는데도 관련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경찰의 경우 지난 1월 검찰에 1915건을 송치해 지난해 같은 기간 2863건을 검찰에 넘긴 것보다 33.1%나 줄었음에도 관련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아 책임있는 수사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이 지난 1월 전국 경찰청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재수사 요구 사건을 집계해 발표했는데도, 전남청만 관련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식으로 미공개해 미흡한 수사력을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 A씨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와 재수사 요구는 미흡한 초동수사의 문제점과 부족한 수사력 등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정병호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0년 5월 계엄군이 휩쓸고 간 옛 전남도청 내부 최초 공개 (0) | 2021.05.07 |
---|---|
전재수 열사 묘지에 부치지 못한 고사리 손편지 수백통 (0) | 2021.05.06 |
5·18 발원지 전남대 정문옆 ‘5월 기억공간’ 들어선다 (0) | 2021.05.04 |
전직 지방의원 부동산투기 의혹 경찰 수사 (0) | 2021.04.30 |
‘보이스피싱 늪’인가…광주만 확 늘었다 (0) | 202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