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전 2-1 역전승…홈구장 첫 승
고졸 루키 엄지성·3년차 이희균 ‘골’
“너무 좋아 세리머니 기억 안 나” 소감
조성환 인천 감독 “기억하기 싫은 경기”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적장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데뷔골의 주인공. 광주FC의 전용구장 ‘첫 승’이 기록된 지난 4일 인터뷰실에서는 같은 순간을 놓고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김호영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이날 안방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의 K리그1 2021 7라운드 홈경기에서 엄지성의 동점골과 이희균의 ‘극장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직전에 기록된 짜릿한 역전승인 데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3무 9패의 부진을 털고 이뤄낸 전용구장 첫 승이라서 화제가 된 승리. 상대 입장에서는 ‘신예’들에게 연달아 프로데뷔골을 내주며 일격을 당한 만큼 패배의 충격은 더 컸다.
전반 추가 시간 동점골을 만든 ‘고졸 루키’ 엄지성과 극장골을 만든 ‘3년 차’ 이희균은 금호고를 졸업한 광주 유스 출신이다. ‘특급 신인’ 엄지성은 7경기째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날이 데뷔 첫 선발 출전이고 이희균은 올 시즌 처음 그라운드를 밟은 날이었다.
선제골을 넣고도 팀의 주축 문지환이 필요 없는 반칙으로 퇴장을 당했고, 1초를 남겨두고 무승부를 날렸던 만큼 인천 조성환 감독에게는 최악의 하루가 됐다.
조성환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기”라는 말로 심경을 표현했다.
적장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게 만든 순간을 연출한 엄지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해 인터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엄지성은 골을 넣은 뒤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잠시 동료들과 기쁨의 순간을 만끽한 뒤에는 늘 부모님을 향해 날렸던 손하트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엄지성은 “무릎 세리머니는 기억이 나는데 그 후에는 너무 좋아서 어떤 동작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첫 선발 경기라 긴장도 했고 그만큼 또 집중해서 기다렸던 첫 골을 만든 엄지성은 공격 기회가 오면 망설임 없이 슈팅을 날리는 겁없는 신인이다.
엄지성은 “내 장점은 양발 슈팅이다. 한 경기에 2~3개 정도 공을 때릴 수 있다. 많은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니까 기회가 오면 어떻게든 장점을 살리고 싶어서 시도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희균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 남았다.
이희균은 지난 2019년 엄원상과 함께 특급 신인으로 주목받으며 프로에 뛰어든 신예다. 첫해 16경기에 출장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지난 시즌에는 2경기 출장에 그쳤다.
올 시즌에도 시작이 늦었다. 지난 6라운드 제주 원정에서는 교체 출전 직전, 갑자기 터진 동점골에 다시 벤치로 물러나기도 했었다.
마음 같지 않은 지난 2년을 보내면서 “축구가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던 만큼 더 간절했던 이희균의 시간이었다.
이희균은 “감독님께서 펠리페와 (송)승민이 형이 제공권이 좋은 선수니까 그 부분에서 준비하라고 강조하셨는데 운 좋게 골까지 됐다”며 “처음 들어갔을 때는 긴장하기도 했지만 골 상황에서는 긴장도 안 되고 급하지도 않았다”며 잊지 못할 기억을 떠올렸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김여울기자(그라운드 톡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데뷔골’ 광주FC 엄지성, 생애 첫 베스트 11 (0) | 2021.04.06 |
---|---|
물음표 지워라 … 호랑이 선발 4인, 최후 승자는? (0) | 2021.04.06 |
광주FC 신예들 ‘골 합작’...홈 전용구장 첫승 해냈다 (0) | 2021.04.05 |
5일부터 KIA 홈경기 입장권 판매, 방역지침 따라 5400석 개방 (0) | 2021.04.04 |
외국인 선수로 화력 강화…광주FC ‘반격의 4월’ 만든다 (0) | 202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