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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전쟁 그리고 패션 2, 미군 털모자는 어떻게 군밤장수 모자가 되었나

by 광주일보 2021.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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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 지음

한겨울 군인의 모습 하면 털모자를 빼놓을 수 없다. 추위와 생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따뜻함 이면에 혹독한 겨울 날씨가 연상된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어느 참전용사는 ‘추위’와 ‘털모자’를 꼽았다.

미군 털모자가 한국에서 흥미롭게 변용된 사례가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군밤장수 모자’다. 한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군고구마를 파는 장수에게 털모자는 방한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미군 동계 군복은 가격이 비싸 구입하기 힘들었지만 비교적 털모자는 구입하기 쉬웠다. 동네 어르신, 시장 상인, 노점 군고구마장수들이 쓸 수 있었다.

앞서의 예처럼 일상에서 쓰는 모자는 군복과 관련이 있다. 비단 그 뿐 아니라 입고, 신고, 메고 있는 많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개선과 개악을 거쳐 현재의 수트에까지 군복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상 속 숨은 군복 이야기를 다룬 책 ‘전쟁 그리고 패션 2’는 군복 아이템이 어떻게 상용화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남보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명품도 영감을 받는 군복’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전쟁을 알고 있다’는 것은 한정된 시공간 속 특정 사건의 단면을 보고 있다고 규정한다. 그럴 만도 하다. ‘2차대전이 1939년 9월 1일 독일 나치군이 폴란드 서쪽 국경을 침공함으로써 시작되었다’는 문장은 단편적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은 전쟁을 인지하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감각과 욕망을 통해서도 전쟁을 인식할 수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13번 ‘바비 야르’를 통해 파시즘이나 전쟁의 참혹함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패션을 통해서도 전쟁을 읽어낸다. 1980년대 미국 브레이크 댄서들이 왜 공군 조종복을 입고 춤을 추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살아나기 위한, 승리하기 위한 Passion이 만들어낸 Fashion은 아름답고도 숭고하다. 그리고 이를 인식한 천재들에 의해 일상과 무대 그리고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낙하산 바지의 유래는 공군 조종복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영화 ‘탑 건’에서 주인공 탐 크루즈가 입고 나왔다. 공군 조종복은 위-아래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제1차대전 당시 호주 공군 조종사이자 발명가인 프레드릭 시드니 코튼이 방한과 방풍을 위해서 고안됐다. 그 이름 일부를 따서 ‘시드-코트’라고 부른다.

80년대 초 브레이크 댄서들은 미 공군 조종복을 입고 춤을 췄다. ‘질기고 매끈매끈하니 춤추기에 적당하여 선택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실제 영화 ‘파일럿’을 보면 주인공이 조종복을 입고 거리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이면 아는 ‘판초 우의’라는 비옷이 있다. 입을 수 있고, 덮을 수 있고, 깔 수도 있는 전천후 우의다. 남미 칠레 원주민 아라추칸족 말로 ‘양털로 만든 천’이라는 뜻이다. 따뜻하고 유용해서 남미에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입고 나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남북전쟁 초기 판초 우의는 보온, 방수, 덮개, 텐트 등 다용도로 사용됐다.

저자는 “전쟁 속 사건의 연대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보다 차라리 우리에게 익숙한 패션 같은 소재를 통해 전쟁의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느끼는 쪽이 더 나은 역사공부”라고 말한다. <와이즈플랜·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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