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투데이’ 특별전 4월 1일~5월 9일 …무료예약 관람
광주 거점 활동 정선휘·송필용·이인성·강운 등 12명 전시
폐쇄된, 오래된 병원 복도에 아름다운 꽃길이 만들어졌다. 5000포기 데이지꽃으로 꾸며진 길이다. 열린 창으로 비치는 햇살과 불어오는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데이지꽃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옛 국군광주병원 현장에 설치된 문선희 작가의 작품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_목소리’다. 관람객들은 오는 4월1일부터 꽃길 사이를 걸으며 전시를 관람할 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초등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5·18 민주화운동 특별전 ‘메이투데이’가 다시 광주로 왔다. ‘메이투데이’는 (재)광주비엔날레가 광주항쟁 40주년을 맞아 진행한 다국적 프로젝트로 지난해 5월부터 타이베이, 서울, 쾰른, 광주에서 개최됐으며 베니스건축비엔날레 전시를 앞두고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는 4월1일부터 5월9일까지 열리는 ‘메이투데이’의 이번 여정은 광주 지역 작가들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월항쟁의 장소였던 국군광주병원의 ‘장소성’에 주목하며 12명의 작가들이 신작과 대표작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광주에서 태어났거나 광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과 함께 5·18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예술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기획으로,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한 세대와 현장에서 겪지는 못했지만 역사가 남긴 상흔 안에서 살아가는 작가들이 소통하는 장이기도 하다. 전시 기획은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과 임수영 독립큐레이터가 맡아 진행했다. 참여작가는 강운·김설아·이연숙·송필용·문선희·이세현·임남진·박화연·이인성·정선휘·정정주·최기창이다.
국군광주병원은 1964년 개원했다.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계엄사에 연행돼 고문을 당한 학생과 시민이 치료를 받던 곳으로 2007년 함평으로 이전 후 병원은 폐허 상태였다. 이후 광주비엔날레 제12회 행사가 열렸던 지난 2018년부터 ‘광주를 기억하는’ GB 커미션 작품 전시장으로 활용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내년이면 국립트라우마센터가 들어설 예정으로 있어 이곳에서 열리는 ‘마지막 전시’라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기획이다. 비엔날레 기간(4월1일~5월9일)중에는 ‘메이투데이’ 작품과 함께 GB 커미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 참여작가들은 병원 1층 체육실과 병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들은 전시 참여전부터 미팅과 현장 방문을 통해 작품 구상과 배치 등을 고려하고 의견을 나눴다.
개막 전인 29일 찾은 전시에서 눈에 띄는 건 문선희 작가의 작품이었다. 오월, 구제역 등 다양한 소재로 작업해온 문 작가는 이번에 기존 사진 작품 대신 데이지꽃으로 만든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몇년 전, 1980년 오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이들의 기억을 글과 사진으로 펴낸 적이 있던 문 작가는 이번엔 ‘그 때’의 글을 2021년의 초등학생이 낭독한 음성으로 제작해 들려주는 작품을 설치했다. 관람객들은 데이지 꽃길을 걸으며 음성을 듣는다. 이제 곧 사라질 공간을 기억하고, 치유받는 의미로 작업한 작품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인성 작가는 회화 그림 ‘그라운드’에서 영감을 얻어 바베큐 기구와 풋볼 놀이기구를 소재로 작업한 ‘플레이어’ 설치 작업에 한창이었다. 1층 체육실에서 만나는 이연숙 작가의 설치 작품 ‘아무도 모르는 일 0518’은 작가가 지난해 바닥에 칠해놓은 하얀 진흙이 매일 이곳의 습도와 온도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세현 작가의 ‘에피소드_터전을 불태우다’는 수개월간 국군광주병원과 자신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들을 전시한다.
대학교 4학년 때 5·18을 겪은 송필용 작가는 묵직한 황톳빛의 입체감이 돋보이는 ‘오월의 역사’와 ‘붉은 정화수’를 선보이며 임남진 작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 ‘황연’을 전시한다.
한편 국군광주병원에서는 GB 커미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이불 작가는 비무장지대에서 가져온 철조망을 활용한 신작을 선보이며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 ‘신의 언어’, 카데르 아티아의 ‘이동하는 경계들’, 마이크 넬슨의 ‘거울의 울림 (장소의 맹점, 다른 이를 위한 표식)’, 임민욱 작가의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등이 전시된다.
개막 당일에는 신용구 작가의 설치 퍼포먼스 ‘기억의 정원, 꽃을 피우다’도 진행된다. 관람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예약제로 운영된다. 무료 관람. 월요일 휴관.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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