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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전셋집도 못구하는데 공직자 땅투기…서민 ‘허탈’

by 광주일보 2021.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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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이사철…광주 아파트 전세가 1년 새 10% 치솟고 매물까지 실종
LH 직원들 신도시 땅 투기에 광주 산정동 공공택지도 투기 의혹 ‘분통’

주시가 불법 투기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고 8일 발표한 광산구 산정지구 일대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집주인이 올려달라는 전셋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이사갈 곳을 찾아 하루종일 돌아다녔는데 마땅한 게 없더라구요. 누구는 개발 정보로 손쉽게 돈 벌고 집 사는 모습 보니 정말 자괴감이 들어요. 법 지키며 악착같이 살아온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격적 이사철을 맞아 옮겨갈 집을 구하러 광주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던 세입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다 광주시 광산구 산정동 일대 신규공공택지 투기 의혹에 허탈함과 함께 분노의 심경을 드러냈다.

◇전셋값 치솟는데 머물 수도, 나갈 데도 없어=본격적 봄 이사철, 광주지역 부동산 중개소를 찾은 세입자들은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마땅한 집을 찾을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특히 2년 전 시세 수준에서 전세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가 턱없이 오른 가격에 당장 ‘전세난민’이 될 처지에 놓였다는 세입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월만 해도 2억 7000만원에 구할 수 있었던 효천 2지구 아파트(113.1205㎡) 전셋값은 올 들어 4억원을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뀐 주택임대차보호법 때문에 ‘5% 상한선’ 규정을 적용받으면 시세가 올랐더라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말도 들렸다. 집주인이 “내가 들어가 살테니 비워달라”고 해 부랴부랴 집을 보러다니는데 매물이 없다는 것이다. 전셋값을 대출받아 원리금 상환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어서 집주인 요구대로 더 올려 줄 형편도 안된다고 했다. 화정동 힐스테이트 전셋값도 1년 전보다 1억 이상 뛰었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9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Liiv ON)에 따르면 올 2월 광주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2억 1493만원으로 전년도(1억9522만원)에 견줘 10.09% 뛰었다. 매매가도 비슷하다. 평균 매매가격은 3억 244만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2억 8010만원에 비해 7.97%가 올랐다.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다보니 매물도 실종됐다.

전세 재계약이 임박한 세입자들의 경우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고 나가라고 하면 그 돈으로 비슷한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장,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 지구로 발표한 광주 광산구 산정지구 건너편 산정동 일대는 전세 매물을 찾아볼 수 없다. 신혼부부를 비롯한 젊은층이 새집을 찾겠다며 돌아다니는 광산구 선운지구도 집 구하려는 사람들만 북적인다. 선운지구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집 구한다는 문의전화만 하루 평균 20통 오고 직접 찾아오는 발길도 끊이질 않는데 보여줄 집이 없다”며 되돌려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새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해도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광주의 경우 현재 ‘조정대상지역’에 해당돼 금융권 대출 규제를 받는 바람에 주택담보대출을 집값 만큼 받기가 쉽지 않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머무르기도, 다른 집을 구할 수도, 아예 새 집을 살 수도 없는 세입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정부 말만 믿었다가 손해를 봤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절망감만 가득, 믿은 내가 바보…박탈감 커=이런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은 이들의 허탈감과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특히 LH 전·현직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다가 정부가 발표한 광주지역 신규 공공택지 지구에 대한 투기 의혹을 접하면서 시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광주지역 인터넷 카페와 언론 보도에 달린 댓글 등에는 내집 마련에 대한 어려움과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쇄도 하고 있다. 한 카페 회원은 “내 집 마련, 이렇게 힘든 것 이었나요. 불면증에 시달립니다”라며 이사철, 집 구하기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글을 올렸고, 또 다른 회원은 “광주에서 집사는 것 포기하고 나주 혁신도시로 간다”고 적었다. 30대 직장인 김모(30)씨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광주지역 집값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를 믿고 기다렸다 결국 내집 마련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기 소식에 대한 실망감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시민들은 광주시의 전수 조사 소식과 관련, “집값 두배 오른 이유가 다 있었네”라며 “징계가 아니라 해임시키고 10배 보상해야 한다”며 강도높은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전셋집도 못구하는데 공직자 땅투기…서민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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