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조선시대 유물 한자리에
화순 대곡리 유적·심득경 초상화 등
순천 월평의 구석기 유물, 화순 대곡리 청동기 유물, 고흥 안동고분 투구와 갑옷,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석등, 분청사기 상감 ‘경태5년명’ 이선제 묘지….
구석기부터 조선에 이르는 남도의 빛나던 시간을 담고 있는 유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이 8일 역사문화실을 처음으로 공개해 눈길을 끈다.
역사문화실 공개는 지난해 12월 아시아도자문화실에 이어 진행된 상설전시실 개편 사업 일환으로, 광주전남 위상을 알 수 있는 유물과 인물, 자료 위주로 구성했다.
역사문화실은 모두 2개의 실로 이루어져 있다. 1실은 선사시대부터 삼한·삼국시대까지, 2실은 남북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를 아우른다.
1실에 들어서면 다양한 구석기 유물에 압도된다. 주먹도끼, 슴베찌르개 등 생김새부터 이색적인 유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친 도끼부터 정교한 돌날 등 구석기 시대 유물은 우리 지역 역사가 약 6만5000년 전부터 시작됐음을 방증한다.
조개 팔찌와 흙인형 등의 장식품을 비롯해 생계도구와 지역 간 교역을 알 수 있는 신석기 유물도 눈에 띈다. 구석기에 비해 정교해진 도구는 인간의 손, 두뇌 등 인류학적인 부분과 연계해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청동기시대에서는 마을 유적과 고인돌 유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고인돌 무덤에서 찾은 토기와 석기 등은 이전 시대와는 다른 모양과 형태를 보이는데, 이는 문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초기철기시대 화순 대곡리 청동거울과 팔주령(국보 제143호)은 우리 지역 문화의 자존심이라 해도 될 만큼 정교하다.
우리나라 최대 복합농경 유적인 광주 신창동유적 출토품을 보는 감회도 새롭다. ‘2000년 전의 타임캡슐’이라는 별칭에 맞게 이곳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청동기시대 어느 하루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습지에서 출토된 칼, 활, 괭이 등을 비롯해 영산강 유역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칠기그릇을 볼 수 있다.
당시의 악기를 복원한 현악기는 지금의 그것과 형태면에서 사뭇 유사하다. 옛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노동의 수고를 달래기 위해 켰을 것으로 보인다. 마차의 바퀴를 복원한 전시품도 발길을 붙든다. 어림잡아 반경 2m는 넘어 보이는 바퀴는 단순한 농사용 수레인지 아니면 공격과 방어를 위한 군사용 수레인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처럼 신창동의 다양한 나무 유물과 토기 등이 ‘생계활동’, ‘수공업’, ‘의례’라는 세 주제로 나뉘어 있어 당시 거주했던 옛 사람들 생활과 문화를 조망할 수 있다.
삼한·삼국시대에서는 금속 유물과 독널이 ‘주인공’이다. 마한~백제시대에 걸쳐 출토된 토기와 고분은 우리지역 문화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유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장고 모양 무덤인 함평 신덕고분에서 나온 금동관 조각들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상류층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아울러 나주 복암리유적, 강진 월남사지 등에서 출토된 기와나 도가니는 고대사회가 백제 일원으로 참여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2실은 남북국시대 유물로 시작한다. 구례 화엄사는 통일신라 화엄 십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9세기 무렵 화엄사 각황전에 설치됐던 ‘화엄석경’(돌에 새긴 대방광불화엄경) 중 일부가 광주박물관과 화엄사의 교류협약에 따라 전시된다. 통일신라 후기 광주전남은 동리산문과 가지산문 등 선종 불교가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박물관은 이번에 로비에 있던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국보 제103호)을 2실로 옮겼다. 로비에 있을 때보다 입체감과 조형성이 두드러진다.
고려시대는 불교문화가 꽃피고 향리나 민중이 불교 활동에 적극 참여한 시기다. 영암도기박물관 소장 ‘영암 성풍사지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나 ‘영광 입암리 매향비’ 입체탁본 등을 통해 당시의 불교를 가늠할 수 있다. 고려 후기 불교계 혼란을 비판하며 보조국사·진각국사가 주도한 수선결사와 원묘국사가 이끈 백련결사의 교단 정화운동도 접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성리학 세계관의 확립에 기여한 필문 이선제의 ‘분청사기 상감 ‘경태5년명’이선제 묘지’(보물 제1993호)와 하서 김인후의 ‘하서집’ 등이 그것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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