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성천기자

“BTS 북클럽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by 광주일보 2021. 3. 8.
728x90
반응형

어느 일요일 딸의 공부방에서 흘러나온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를 들었다. ‘참! 멋지다’라는 생각을 했다. 한마디로 귀에 꽂혔다. 이후 스마트폰 플레이리스트에 BTS 노래만 담고 다녔다. 시중에 나와 있는 BTS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2019년 8월 문학, 인문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탄 신드롬을 조명하는 ‘BTS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했다.

올해 50대 중반인 어느 ‘쉰 아재’는 그렇게 BTS에 빠졌다. “가족보다 방탄이 좋냐?”라는 힐난이 쏟아졌지만 좋은 데 나이와 체면이 무슨 대수인가 싶었다. 쉰 아재는 스스로를 ‘아미’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아미는 아니지만 BTS가 지향하는 철학에 적극적으로 동감하기 때문에 자신있게 아미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기자 출신으로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최병관<사진> 씨의 얘기다. 그는 빌보드 싱글차트와 앨범차트 동시 1위를 달성한, ‘전 세계 대중문화의 표준’인 방탄소년단의 ‘선한 영향력’에 주목했다. 

최 연구원이 최근에 펴낸 ‘BTS가 사랑하는 문학-방탄독서’(정한책방)는 BTS가 추천하거나 읽은 책은 물론 음악적 모티브가 된 책에 대한 조명이다. 정부 출연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니 전화 연결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이 쉰 아재를 BTS의 ‘아미’가 되게 했는지 그 이유와 책 발간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약 1년 동안 ‘방탄 리스트’를 읽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는 “이미 읽은 책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들도 있었다”며 “퇴근하면 방구석에서 나오지 않은 채 오직 방탄의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책에서 다루는 방탄 리스트는 37개 작품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방탄은 7명이니까 모두 7개 키워드로 정리하면 될 것 같았어요.”

각 장의 키워드는 ‘정체성’, ‘본질’, ‘모험’, ‘성장’, ‘소통’, ‘사랑’, ‘위로’ 등이다. 물론 각각의 키워드가 “방탄 멤버와 연계되는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각각의 작품에 대한 최 씨의 의견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카뮈의 ‘이방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 단테의 ‘신곡’,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스탕달의 ‘적과 흑’,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 등 책에 거론된 리스트는 ‘고전의 진수성찬’이라 해도 무방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책은 소설 한강의 ‘소년이 온다’다. 2015년 BTS가 공개한 ‘마 시티(Ma City)’에는 광주 출신 제이홉이 담당했던 랩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 ‘나 전라남도 광주 baby/ 내 발걸음이 산으로 간대도/ 무등산 정상에 매일매일 … 내 광주 호시기다 전국 팔도는 기어 / 모두 다 눌러라 062-518’.

당시 국내 팬은 블로그를 통해 062는 광주 지역번호이고 518은 5·18민주화운동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굳이 그 설명이 아니어도 빛고을 시민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소설 ‘소년이 온다’를 위로라는 키워드에 엮은 것에 대해 최 연구원은 “문학이 광주 시민에게 전하는 위로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 연구원은 “2020년 5월 16일 처음 소설을 읽었는데 5월 18일에 마쳤다”며 “이게 무슨 운명인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정체성을 다룬 키워드에서는 카뮈의 ‘이방인’을 소개한다. 최 씨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불합리한 삶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아내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인다.

모험 키워드에는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소개돼 있다. 미시시피 강을 배경으로 다양한 여행기를 담은 소설은 모험 외에도 여행을 통한 자유를 그리고 있다.

사랑을 다룬 리스트에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 눈에 띈다. 소중한 것의 진정한 가치는 “역경을 딛고 선 후에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밖에 소통 부분에서는 진정한 ‘변신’을 추구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카프카의 ‘변신’, 성장을 키워드로 한 소설에는 홀든 콜필드의 ‘호밀밭의 파수꾼’, 본질에서는 프리디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소개한다. 한편 저자는 이번 ‘방탄 독서’가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는 계기도 됐으면 한다. “방탄의 노래를 들으며 ‘방탄 독서’를 읽는다”면 비대면 상황에서의 “또다른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그때 그 감성의 영화를 만나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신작 영화 개봉이 연기되거나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안방에서 만날 수 있게 되면서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하지만 최근 영

kwangju.co.kr

 

 

순박하고 아름다운 ‘민화 美來(미래)를 보다’

‘전통과 현대적 미감이 어우러진 민화를 만나다.’최근 민화(民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화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고, 민화를 활용한 다양한 아트상품들도 눈길을 끈다.옛사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