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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사과, 한 개의 열매였지만 세상에 놓이는 순간 인류를 바꾼 모티브가 되었다

by 광주일보 2021.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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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꿈꾸는 사과
모지현 지음

‘이브’, ‘빌헬름 텔’, ‘뉴턴’, ‘백설공주’, ‘폴 세잔’, ‘파리스’….

위의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사과’와 연관돼 있다.

인간에게 사과는 가장 밀접한 과일 가운데 하나다. 사과에 대한 일반의 생각은 각자의 경험이나 느낌만큼이나 다양하다.

기호학적 관점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사과는 풍요와 사랑, 예지를 상징한다. 이와 달리 속임수나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나의 과일이 이처럼 극과 극으로 기호화된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 뿐아니라 사과는 역사와 종교, 신화, 과학, 문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이기도 하다. 이 말은 ‘한 개의 열매였지만 세상에 놓이는 순간 그것은 인류를 바꾼 모티브가 되었다’라고 바꿀 수 있다.

세상을 바꾼 여덟 가지 사과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꿈꾸는 사과’라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한국현대사 100년 100개의 기억’, ‘청년을 위한 세계사 강의 1~2’의 저자 모지현이 썼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인류는 ‘어떤’ 사과를 ‘왜’ 어떻게 선택했을까? 과연 사과가 꾸는 꿈은 무엇일까? 함축적인 제목은 단순한 열매를 넘어 다양한 함의와 역동적인 서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가장 먼저 저자는 ‘태초에 사과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브가 먹은 사과는 기독교(그리스도교)적 시선에서 보면 죄와 연관돼 있다. 신과의 단절뿐 아니라 고통과 죽음을 잉태한 ‘악한 과일’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도 ‘이브의 사과’라고 불릴만한 표현은 없다. 그런데 왜 금단의 열매로 지칭됐을까.

“‘사과’를 먹음으로써 인간에게 최초의 죄를 가지고 왔으며 남성을 유혹해 같은 죄를 짓게 한 육체적 여성이, 우월한 정신적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이야말로 유럽의 남성 기독교 신학자들과 남성 기독교인들이 보기에 바람직한 형태의 질서였다.”

저자는 “그와 같은 열등 프레임에 가둘 수 없었던 이브의 딸들은 마녀로” 몰리게 됐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특히 17세기 불어닥친 혼돈 속에서 여성들은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신화에서 사과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올림포스 산으로 명명되는 영원에서 그리스와 로마로 한정되는 인간의 역사로 들어오는 부분에도 어김없이 사과가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파리스의 사과’다.

저자는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시작해 파리스가 던진 사과는 결국 트로이아의 멸망을 가져왔다. 그러나 승리한 미케나이 또한 같은 운명이 되었다”고 부연한다.

그런데 의문은 남는다. 그리스 신화로부터 트로리아, 로마,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역사에서 과연 파리스 사과는 파멸만을 의미했을까, 라는 점이다. “남은 자들에 의해 역사는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사과에 담긴 또다른 ‘풍요’를 암시한다.

46세 때의 뉴턴 (고드프리 넬러. 1689년)

 

아울러 빌헬름 텔의 사과와 뉴턴의 사과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다. 자유에 대한 의지와 혁명정신, 진리를 향한 과학의 여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밖에 당대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백설공주 사과는 단순한 동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장르를 초월해 다양한 이야기로 전이되는 부분에는 사과가 자리한다. 그만큼 사과는 역동적인 상상과 창의를 선사한다.

오늘날 사과는 혁신의 상징 애플을 대표하는 로고로 유명하다. 사과를 한입 배어 문 이미지는 영감의 원천이다.

이밖에 세상을 인공지능 시대로 옮긴 튜링의 사과, 정물화에서 찾아낸 자연의 의미를 담은 폴 세잔의 사과도 이채롭다.

<이다·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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