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신규 공공택지 대상지 ‘산정지구’ 가 보니
지난해 10월 이후 토지거래 급증 정보 사전 유출 의혹
놀고 있던 토지 갑자기 성토·과실수 묘목 빽빽아 심어져
일부 주민들 “쫓겨나는 것 아니냐”…마을 분위기 뒤숭숭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 지구로 발표한 광주시 광산구 산정지구 일대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의심할만한 다수의 매매 거래 사실이 확인됐다. 신규 택지 조성지구로 발표되기 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으며 도로 연결이 안 된 ‘맹지’(盲地·도로와 인접하지 않은 토지)에 대한 수십여 건의 토지 매매와 ‘지분 쪼개기’ 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발 정보 유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광주경찰청도 산정지구 일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를 검토하고 나서는 등 사태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쓸모없는 개발제한구역·맹지 매매 잇따라 왜=8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산정지구 신규 공공택지 조성계획’과 관련, 지난해 10월부터 이 일대 토지거래가 급증했다.
특히 정부의 택지 조성 예정지 가운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는 토지 매매만 10건에 달했다.
산정동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 2020년 10월까지 2년 넘도록 모두 152건의 토지 매매가 이뤄졌지만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매매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11월부터 2개월간 갑자기 이 일대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토지 매매가 7건이 잇따라 체결됐다. 매매가도 수백만원대부터 수억원에 이르고 토지 규모도 2만7100㎡(8100평)에 달했으며 하루에만 6건의 매매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정부의 개발계획이 이미 지난해 10월께 지역 부동산업계와 공공기관 등에 흘러나갔다는 정치권 안팎의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다.
해당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수년간 매매가 되지도 않고 막상 구매해도 활용방안이 없는 개발 제한구역의 토지를 구매했다는 것은 상식적인 거래가 아니다”면서 “확실한 개발 정보가 없다면 일반인들은 절대 매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정지구 택지지구 내 장수동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확인됐다. 장수동에서도 지난해 10월과 11월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3건의 토지 매매가 이뤄졌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인데도 면적(1890~2460㎡)과 매매가(1억~1억 8000만원)가 작지 않은 데다, 일부 토지가 여러 명이 공유지분 방식으로 거래한 사실도 확인됐다.
산정동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뤄진 17건의 토지 매매(개발제한구역 포함) 건수 중 9건은 여러 명이 한 개 필지를 나눠 갖는 공유지분 형태로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산정동 일대를 신규택지지구로 발표한 지난달 초에도 이 같은 지분 거래가 3차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대 주민들은 최근 경기도 광명·시흥에서 제기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산정동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산정동과 장수동 일대가 개발 된다는 소문은 지난해 추석 이후인 10월부터 퍼졌다”면서 “인근 주민들은 호남선 등 철도가 지나가는 구간이라 개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헛소문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산정동 일대 토지 매매가 증가했고 기존에 거래가 안 되던 매물들도 팔리기 시작했다는 게 주민들 전언이다.
◇지난해부터 개발 정보 돌았다?=정치권 안팎에서도 주민들과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LH의 개발 계획이 광주시와 광산구 등에 떠돌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달 4일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5대 광역시에 5만6000가구, 지방에 2만7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때 토지주, 민간기업, 지자체 등에서 저개발된 도심 내 우수 입지를 발굴, LH를 통해 제안받은 뒤 적정성을 검토해 대상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예상 사업부지가 지역 안팎에서 흘러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이 때문인지 산정지구 일대 곳곳에서는 논에 묘목을 심어놓는 경우가 쉽게 눈에 띈다. 땅을 매매한다는 부동산 현수막도 곳곳에 붙어있다.
몇 년 째 놀고 있던 토지가 갑자기 성토가 되고 과실수 묘목들이 빽빽하게 심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한 주민은 “보통 과실수는 3m가량의 간격을 띄어서 심는 게 보통인데 최근 심어지는 묘목들은 50㎝정도의 간격으로 심어지고 있다”면서 “토지수용 시 나무 한 그루마다 보상이 나오는 만큼 계획적으로 묘목을 심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쫓겨나는 것 아닌지 불안하고 마을 분위기도 뒤숭숭하다면서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0평생을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주민 B씨는 “아버지 대부터 살고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면서 “어느 날 갑자기 정부의 발표로 세들어 살던 사람들도 갑자기 쫓겨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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