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미은기자

‘핀란드의 뭉크’ 영화로 만나는 ‘헬렌:내 영혼의 자화상’

by 광주일보 2021. 3. 8.
728x90
반응형

몇년 전 서점에서 만난 그림 한 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지식의 표정’(전병근 지음·마음산책 출간)의 표지 그림으로 쓰인, ‘오묘한 표정’의 여성 초상화였다. 책 날개엔 낯선 화가의 이름이 보였고 작품은 그녀의 ‘자화상’이었다. ‘검은 배경의 자화상’의 주인공을 최근 영화로 만났다. 핀란드 화가 헬렌 쉐르벡(1862~1946).

‘핀란드의 뭉크’로 불린다는 헬렌 쉐르벡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안티 조키넨 감독)이 잔잔한 감흥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북유럽 작가 헬렌 쉐르벡은 독특한 색감과 기법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갔고, 특히 자화상을 비롯해 인물화를 많이 남겼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자화상을 그리는 것은 별이 무수히 반짝이는 하늘을 그리는 것처럼 힘들다”고 말한다. ‘여성화가’가 아닌, ‘화가’이기를 바랬던 헬렌은 사회의 편견과 억압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아를 투영한 자화상을 그려나간 작가다.

 

‘기묘하고 조용한 아름다움’이라는 가디언지의 평처럼 우리가 잘 몰랐던 한 예술가의 삶을 세심히 따라가며 나지막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는 한 명의 탁월했던 예술가를 ‘발견하는 기쁨’을 전해준다. 한폭의 그림같은 영상미와 아름다운 음악, 로라 비른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진 작품을 보고 나면 근사한 전시회와 음악회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든다.

1915년에서 1923년까지의 삶을 담아낸 작품은 미술계의 관심에서 멀어져 지내던 헬렌이 죽을 때까지 1100통의 편지를 주고 받은 에이나르와의 사랑과 헤어짐을 통해 고통 받고, 또 이를 극복하며 내면을 다지고 그림에 몰두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헬렌의 ‘작품’들이다. 파리 세계 박람회 동메달 수상작 ‘회복기 환자’를 비롯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대표작을 마치 전람회에 온 것처럼 감상할 수 있다.

영화를 빛나게 해주는 건 시종일관 흐르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다. 영화 ‘운디네’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곡으로 마르첼로의 ‘오보에협주곡 2악장’을 바흐가 편곡한 ‘협주곡 D단조 BWV 974’을 비롯해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 등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한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이자 동료 헬레나와 함께 들판에 서 있는 모습 등 영화 속 장면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영상미의 절정을 이룬다. 광주극장과 CGV에서 상영중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탄생 100년 피아졸라·서거 100년 생상스, 그 위대함을 만나다

2021년은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과 생상스 서거 100주년인 해다. 또, 프란츠 리스트도 올해 탄생 210주년을 맞았다.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클래식에 아르헨티나의 전통 음악인 탱

kwangju.co.kr

 

 

그때 그 감성의 영화를 만나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신작 영화 개봉이 연기되거나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안방에서 만날 수 있게 되면서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하지만 최근 영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