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나리’로 본 전남 귀농가구 분투기
지난 3일 개봉하자마자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미나리’는 미국 이민자 1세대 가족의 귀농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캘리포니아 도심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아칸소주(州)로 옮겨 농사를 시작한 제이콥(스티븐 연 분)네 가족의 이야기는 뭇 귀농가구의 고단한 삶과 닮아있다.
4인 가구의 가장 제이콥은 50에이커(1ac=4050㎡) 규모 채소농장을 꾸릴 꿈이 있지만, 현실은 대출을 받아 ‘바퀴 달린 집’을 겨우 구한 소작농이다.
부푼 꿈을 안고 농도(農道) 전남에 터를 잡은 귀농가구 1242가구(2019년 기준) 가운데 43.4%(539가구)는 임차농이다.
귀농가구 임차농 비율은 지난 2017년 41.1%, 2018년 42.0%, 2019년 43.4% 등 매년 오르고 있다.
전남 귀농가구의 79.1%는 면적 0.5㏊ 미만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다. 0.5~1.0㏊ 미만이 15.6%로 뒤를 이었고, 1.0~2.0㏊ 미만은 4.2%, 2.0㏊ 이상은 1.0%에 그쳤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제이콥은 빚으로 버티며 농업을 잇는 동시에 병아리 부화장에서 감별사로 일하며 대출금을 갚고 있다.
전남 귀농인의 3명 중 1명 꼴(30.2%)로는 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귀농인 겸업 비율은 28.0%(2017년)→29.6%(2018년)→30.2%(2019년) 2년 연속 오름세다.
가장(家長) 세대인 40대 겸업 비율이 39.4%로 가장 높고, 30대 이하 35.7%, 50대 34.4%, 60대 23.1%, 70대 이상 9.9% 순이다.
작품에서는 농촌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주인공 가족이 흩어질 위기가 여러 번 찾아온다. 아이의 심장 질환이 온 가족을 괴롭히고, 문화와 쇼핑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 등으로 지난 2019년 전남 귀농가구 75.2%는 ‘나홀로 귀농’을 선택했다. 1인 가구가 75.2%로 가장 많았고, 2인 가구(16.0%), 3인 가구(5.1%) 순으로 나타났다. 작품 속 주인공처럼 4인 가구 이상 비율은 3.7%에 머물렀다.
전남 1인 귀농가구 비율은 61.5%(2015년)→66.1%(2016년)→68.4%(2017년)→71.2%(2018년)→75.2%(2019년) 매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평균 가구원 수도 지난 2018년 1.46명에서 이듬해 1.38명으로 줄었다.
전남 평균 농업소득은 2년 연속 줄고 있는데 농가부채는 2년째 늘고 있다. 전남 농가는 농업을 통해 한 해 동안 1208만원(2017년)→1190만원(2018년)→884만원(2019년)으로 감소하며 7년 만에 농업소득 8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반면 농가부채는 지난 2019년 기준 2681만원으로, 전년보다 10.2%(247만원) 증가했다. 농업인들의 빚은 지난 2017년 2247만원, 2018년 2433만원, 2019년 2681만원으로 2년 연속 증가 추세다.
농민에게 가장 큰 시련 중 하나는 자연재해이다. 주인공 역시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농장을 돌보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에는 속수무책이다.
전남 농민들은 온갖 변수를 갖고 살아가지만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은 반타작 수준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가입 추세는 더디기만 하다. 농민들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순보험요율과 보험료 할증 형평성, 손해평가 전문성 문제 때문에 선뜻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품목별로 보험 금액에 대한 순보험료의 비율 격차가 큰 지역을 살펴보니, 고흥지역 콩 품목에 대한 순보험요율은 29.42%인 반면, 경북 영천은 2.56%로 10배 넘는 격차가 났다. 장성 옥수수 순보험요율(17.54%)과 전북 완주(2.05%) 요율은 15.49%포인트나 격차가 벌어졌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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