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22개 시·군 약국 없는 읍·면 절반 가까운 108곳
공적 판매처도 농협·우체국 2곳뿐…수량도 턱없이 부족
대리인 없는 80세 이상 독거노인도 불편…보완 시급
완도군 금당면 가학마을 주민들은 모두 216명이다. 이들 중 65세 이상 노인은 140명으로 65%나 된다. 이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려면 10㎞ 떨어진 면 소재지까지 나가야 한다. 그나마 버스도 다니지 않아 택시를 부르거나 다른 사람의 승용차를 얻어 타고 가야 한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대리 수령해 줄 사람이 없어 현재까지는 마스크를 구할 길이 없다.
완도군 금당면에는 약국은 없고, 농협과 우체국이 각 한 곳밖에 없는데 그나마 하루 평균 공급되는 공적마스크는 160매에 불과하다. 금당면 주민은 모두 990명. ‘마스크 구매 5부제’가 시행됐지만 이들에게는 여전히 마스크 사기는 ‘하늘의 별 따기’일 수 밖에 없다.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에도,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들을 위한 보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다.
당장,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독거노인들이 다수이거나 약국이 없는 농촌 마을이 대다수인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적마스크 판매 방식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고령화사회인 전남지역 노인들은 훨씬 더 열악한 조건을 헤쳐나가야 마스크를 손에 쥘 수 있어서이다.
◇약국찾아 삼만리? 약국 없는 곳 47%=10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22개 시·군 중 약국이 없는 읍·면은 108개나 된다. 전체 229개 읍·면의 47%에 달한다.
공적마스크를 구입할 곳이 3곳(농협·우체국·약국)이 아니라 2곳 뿐이고 그나마 면 소재지에만 있는데다, 수량도 주민 수에 견줘 턱없이 부족하다.
완도군 금당면 10개 마을(주민 990명)의 65세 이상 노인만 412명이지만 하루 동안 금당면 농협·우체국에서 파는 마스크는 고작 160매가 전부였다. 결국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몇 ㎞나 떨어진 면 소재지를 찾아도 마스크를 사기가 어려운 셈이다.
금당면 가학리 마을이장 진영하(60)씨는 “마을 어르신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10㎞나 떨어진 면 소재지까지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나마 버스도 다니지 않아 누군가 태워주지 않으면 돈을 들여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완도 급일읍도 비슷해 장도, 원도 등 섬주민들의 경우 읍까지 1시간 가량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 이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같은 동네 10분 거리에 사는 노부모, 줄 세워야 하나=현행 마스크 5부제에서는 만 80세 이상인 노인에 대해 대리 구매가 가능하지만 동거인으로 한정해 주소지가 다를 경우는 대리구매가 불가능하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마스크 두 장을 사려고 직접 줄을 서야 한다는 얘기다.
10일 전남도에 따르면 65세 이상 전남지역 독거노인은 모두 13만 5000여명으로, 이들은 ‘마스크 구매 5부제’에 따라 직접 공적마스크를 구매하러 약국을 찾아야 한다. 광주시 서구 풍암동 김모(48)씨는 “같은 동네의 10분 거리 아파트에 70대 노부모가 사시는데, 같이 안산다는 이유로 자식이 대리 구매를 못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노인들이 자신의 출생년도 끝자리 숫자와 요일을 맞추고, 직접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해야 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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