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서 ‘공공 일자리:내일의 키워드’ 강연]
순천만 생태공원·국제정원박람회 사업 주도…공무원 최초 TEDx 강연
2017년 37년 공직생활 은퇴…“어떤 사고로 일할건가 ‘공직 철학’ 앞서야”
“‘창조’는 단순히 새로운 걸 만들 뿐이지만, ‘혁신’은 새로움과 더불어 가치를 만드는 일이죠. 가치를 만드려면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갯벌, 정원 하면 순천이 떠오르죠. 도시팽창을 막기 위해 생태 정원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퇴직공무원 최덕림(64)씨는 공무원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순천만 생태공원 조성, 국제정원박람회 조성 등 사업을 주도했으며, 그 성과로 2011년 제1호 지방행정의 달인(문화관광)에 선정됐다. 지난 2017년 37년 공직생활을 마친 그는 현재 공무원 지방자치교육연구소 연구위원으로서 공직자 연수에 힘쓰고 있으며, 책 ‘공무원 덕림씨’도 펴냈다.
최씨는 최근 양림동 10년후그라운드에서 ‘공공일자리: 내일의 키워드’ 강연에 참가, 지역 혁신의 주체로서 공직자의 역할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에 앞서 만난 그는 “공직자와 공직에 도전하는 이들 모두에게, 공직에 대한 철학을 가질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의 공직 철학은 관습에 갇히지 않고 적극적으로 혁신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가 입버릇처럼 “‘철밥통’이란 표현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는 “공직자 사이에서 총무, 회계, 감사 등 시민과 무관한 업무가 인기를 끌고, ‘대충해’ ‘나만 아니면 돼’ 등 수동적인 태도가 만연하고 있다”며 “지방 공무원들이 자신감과 책임감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씨의 ‘혁신 마인드’는 지난 2006년 그가 ‘순천만을 새롭게 디자인하라’는 임무를 받았을 때 크게 드러났다. 아직 순천이 ‘여수 위에 있는 곳’ 정도의 취급을 받던 시기다. 그는 생태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 환경과 관광을 모두 거머쥔 순천을 만들고자 했다.
진통도 겪었다. ‘가만히 놔두지 왜 들쑤시냐’ ‘일도 못하면서 왜 덤비냐’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반발 민원이 70건을 넘어섰고 감사, 행정소송이 이어졌으며, 동료들 조차도 그를 놀림감으로 삼고 “음주운전을 했다”는 등 근거없는 모함을 듣기까지 이르렀다.
최씨에겐 확신이 있었다. 1년에 30권씩 업무·미래 관련 책을 읽고 독일의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 등을 견학하며 변화의 방향을 잡은 그는 ‘4~5년 내에 반드시 변화가 온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 뚝심 덕분에 순천은 300만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난 2012년에는 ‘순천만 왜 창조인가’를 주제로 공무원 최초로 TEDx 강단에 오르기도 했다. TEDx는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모토로 열리는 국제 강연 프로그램이다. 그는 “진심을 담아 경험을 공유했더니 1200여명 청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지방공무원이라고 주눅들 것 하나 없더라”고 돌아봤다.
이밖에 그는 ‘제1호 기적의 도서관 유치’, ‘연극으로 보는 민방위 교육’, ‘공익근무자를 위한 검정고시반 운영’ 등 업적에서 혁신 마인드를 빛냈다.
공무원이 선호 직업 1순위로 꼽히는 지금, 최씨는 “공무원을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사고로 일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분권 시대에는 지방 공무원이 나라의 중심이 되며, 혁신하는 지방공무원이 지자체를 이끌고 나라를 발전시킨다. 공직자들이 자존감을 갖고 훌륭한 지방공무원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공공일자리: 내일의 키워드’는 10년 후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기 위한 전환점을 만들고자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공개 특강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진행된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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