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설 선물세트 살펴보니]
샤인머스캣 세 송이 포장에
비닐·스티로폼·박스 등 겹겹이
육류·어묵 등 과다포장 수두룩
광주 재활용쓰레기 급증 속
친환경은커녕 재활용 조차 안돼
“포장 간소화 해주오” 국민청원도
“폐기물 늘리는 과대포장 안돼요”
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환경부가 낸 보도자료 제목이다. 과대 포장으로 인한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과대포장을 집중점검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추석 때는 ‘환경부 장관, 대형마트에서 과대포장 현장점검’이라는 제목으로 유통·제조·수입업계 등 10개사, 식품기업 23개사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과도한 포장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놓은 바 있다.
과연 달라졌을까. 광주지역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 농산물 직판장·전통시장 등이 취급하는 상당수 설 명절 선물세트 제품들은 여전히 과대 포장된 채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유통업체 스스로가 밝힌 취지를 찾기 어려웠을 정도다.
6일부터 이틀 간 둘러본 광주지역 백화점, 대형유통할인매장, 기업형 슈퍼마켓 등이 내놓은 설 명절 선물용품의 경우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포장이 과하다는 지적을 받을만했다.
소비자의 시선을 끌겠다는 데 맞춰지다보니 여러 차례에 걸쳐 꾸며지고 감싸져 있는 게 대부분이었고 친환경 포장재는 커녕, 재활용조차 되지 않는 소재로 포장된 게 많았다.
7일 오전 찾은 광주시 서구 대형마트 과일코너에는 내용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게 포장된 선물세트가 많았다.
5만원대 가격이 붙은 샤인머스캣의 경우 손바닥(가로 15㎝·세로 20㎝)만한 샤인머스캣 세 송이가 전부였지만 포장 박스는 두 세배 이상 컸다. 상품 가치를 높이려다보니 하나씩 비닐 봉지에 담고 다시 스티로폼으로 감싼 뒤 푹신한 종이들을 넣은 커다란 박스에 담아내놓는 형태였다. 박스를 제외한 비닐봉지, 스티로폼, 잘게 잘려진 종이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 쓰레기다.
광주지역 한 백화점에서도 과하게 포장된 선물 세트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지하 식료품 매장에서 판매 중인 어묵 선물세트의 경우 과하게 보여지는 포장재와 재활용 불가능한 포장 소재들로 가득했다.
사각 나무상자 위에 쇠로 된 철판을 깔고 그 위에 진공포장된 어묵들을 놓은 뒤 다시 투명 필름으로 감싸고 목재 뚜껑으로 덮은 뒤 부직포 가방에 담아 판매된다.
환경부는 명절 판매량이 많은 1차 식품, 가공식품, 주류 등의 선물세트는 포장횟수 2차 이내, 포장 공간 비율 25% 이하의 포장방법을 준수토록 하고 있지만 언뜻 이같은 기준을 벗어나는 듯한 선물세트도 눈에 띄었다.
전통시장도 비슷했다. 친환경 포장재를 찾아 볼수 없었다.
10년째 말바우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무엇이 친환경 포장재인지 조차 모를 뿐더러 5~6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도 가격 때문에 잘 나가지도 않는데, 친환경 포장재로 바뀌면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절 대표적 가공 통조림 판매업체가 과도한 포장재 줄이기에 동참, 뚜껑 없는 통조림 선물세트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추석 때만 해도 과도한 포장재 줄이기에 나서겠다고 했던 업체들의 동참 의지도 퇴색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대통령님 명절선물 포장을 간소화해주세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는 예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제품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일회용품의 사용 증가와 함께 쓰레기 펜데믹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증가해야 한다”며 “기업들도 앞장서 재사용, 친환경 소재를 포장재로 사용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역에서 하룻동안 발생하는 재활용쓰레기는 지난 2019년 83.3t에서 지난해 98.5t으로 18.2% 증가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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