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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노포, 세월의 내공이 만든 브랜딩의 정점

by 광주일보 202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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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째 흙돼지구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 삼수정.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장면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인플루엔셜 제공>

백년식당은 최소 3대를 이어야 가능하다. 대를 이어 탕이 끓고 국자질이 멈추지 않는 집이다. 나름의 비법 내지는 철학이 있다는 얘기다.

흔히 오래된 가게를 노포(老鋪)라 한다. 백년식당은 노포의 상징이다. 식당이 30년만 돼도 노포라는 말을 듣는데 3대째 업을 잇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다.

어떻게 하면 노포는 ‘오리진’이 될 수 있을까. 변화와 위기라는 파도를 견디는 힘은 무엇이며 장사 철학은 무엇일까. 아니 비효율로 대변되는 아날로그적 방식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글 쓰는 셰프’ 박찬일은 백년식당에 근접한 노포를 찾아 취재를 했다. 전국의 ‘밥장사 신’들을 찾아 10여 년 가까이 발로 뛰었다. 그 결실로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이라는 책이 탄생했다. 노포에서 찾은 비결을 요리사 특유의 맛깔스러운 문체로 풀어낸 것. 지난 2014년 출간한 ‘백년식당’의 원고를 토대로 했으며, 네 곳은 제하고 여섯 곳을 새로 추가했다.

그러나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진짜 백년식당의 역사는 100년일까라는 점이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노포를 백년식당이라 칭했으며, 책에 소개된 식당은 50년을 넘나든다. 

 

박찬일은 노포(老鋪)라는 말이 생소한 시절부터 오래된 식당을 찾아 장사 비법을 소개했다. 그는 셰프라는 말보다 ‘주방장’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아마도 ‘주방장’이라는 말에는 장인정신이 투영돼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는 추천사에서 “나는 노포가 어떤 마케팅 기술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월의 내공이 만든 브랜딩의 정점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이 책에 소개된 주인들의 안목과 통찰은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마케팅의 교과서이다”라고 말한다.

책에는 서울의 평양냉면 우래옥부터 3대째 대를 이어 탕이 끓는 해장국집 청진옥, 어제와 오늘의 맛을 매일 점검하는 제주 광명식당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가게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연 ‘맛’이다. 맛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안 되는 식당은 맛이 없기 때문”인데 경영을 못한 점은 다소 창피하더라도 “음식 맛이 없었다는 평가는 죽어도 싫어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맛에 대한 집념도 노포의 공통점이다. 수만 번 국자질에 주방장의 명예를 건 서울 무교동북어국집, 40년 넘은 육수가 내는 궁극의 맛 서울 평안도족발집, 이북의 음식에서 속초 음식으로 명성을 얻은 속초 함흥냉면옥 등은 노포가 되는 궁극의 비법은 바로 음식 솜씨임을 보여준다.

주인이 직접 일을 하는 것도 오래된 식당의 특징이다. 그러면서 서울 중구에 있는 설렁탕집 잼배옥 3대 주인장의 예를 든다. 가게 주인은 어린 시절 밤 늦게 귀가하는 아버지에게서 나던 설렁탕 냄새를 기억한다. 당초 부친은 힘든 식당일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들은 직접 가게에 나가 엄청난 양의 뼈와 고기가 든 탕 기물을 옮기며 일을 배운다. ‘테니스 엘보’라는 병에 걸리기도 했지만 가업을 잇기 위한 당연한 ‘의례’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서울 노고산동 연남서서갈비 주인도 팔순에 가깝지만 새벽부터 갈비를 손질한다. 직원은 돌아가면서 일해도 주인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데, 부산 할매국밥 김영희 등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오래 일한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그만큼 직원들과의 관계가 좋다는 것인데 서울의 북한음식점 우래옥 김지억 전무는 60년 가까이 일을 했다고 소개한다. 사정을 모르는 손님들은 그가 주인인 줄 안다.

저자는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식당 제일 많고 그만큼 제일 잘 망하고 그만큼 맛없는 식당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을 버틴 식당이다. 그 세월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한편 저자는 광주일보 테마칼럼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플루엔셜·1만7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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