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있고, 언덕너머로 아담한 저수지가 보인다. 앞으로는 신호등의 깜빡임에 따라 차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주변의 풍경 속에 사뿐히 들어앉은 듯한 모던한 건물은 겨울임에도 산뜻한 분위기를 발한다.
최근 광주시 북구 양산동에 문을 연 북구문화센터(문화센터·양산동 하서로 299). 양산도서관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얼핏 도서관이 ‘더부살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깨를 마주한 모습은 서로를 보듬고 함께하는 의좋은 형제를 떠올리게 한다. 네모난 건물과 기다란 기둥은 현대와 중세의 절묘한 조합처럼 보인다.
문화센터는 인문, 문화, 예술, 교육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의 표현대로 하면 ‘예술의 창조 교육, 향유의 선순환을 이루는 시민문화 커뮤니티 공간’이다. 지난해 12월 24일 개관한 이곳은 북구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2014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6년에 걸쳐 116억 원이 투입됐으며 부지 4798㎡, 연면적 2641㎡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다.
복합문화시설답게 1층은 무대와 관람석, 연습실이 있으며 2층은 어린이 도서관, 오픈갤러리, 3층은 도서관이 자리한다.
전체적으로 센터는 세련되고 모던한 분위기가 감돈다. 실내에 흐르는 쾌적함과 편안함은 새 건물이 주는 이미지보다는 이용자를 배려한 디자인과 공간 구성 등에서 연유하는 것 같다.
사실 이곳은 양산동에서도 후미지고 외진 곳이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곳이다. 멀지 않는 곳에 본촌산단이 있고, 주위의 아파트 단지 너머로는 야산과 논밭이 펼쳐져 있다. 원래 양산저수지는 일대 논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이지만, 수년 전 호수공원으로 개조해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전형적인 반농반도(半農半都)의 지역이지만, 양산제 인근으로 센터가 들어서면서 일대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맞았다.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무엇보다 마땅한 문화시설이 없어 늘 소외된 느낌이었지만 앞으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공간을 ‘감상하듯’ 둘러본다. 내부 동선을 따라 이어지는 공간은 이용객의 편리를 고려한 배치로 보인다.
먼저 3층 도서관에 들어선다. 이곳은 도서 1만1000권 소장을 목표로 점차 채워가는 중이다. 일반자료와 전자잡지 및 전자신문을 볼 수 있는 종합자료실, 독서와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문화사랑방, 동아리 및 공연이 가능한 문화누리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종합자료실은 카페식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개방감과 친근함을 준다. 최신의 기기 등을 갖춘 디지털 자료실은 이곳의 자랑이다.
향후 도서관은 독서문화 강좌를 비롯해 책놀이를 즐길 수 있는 북스타트, 4월 도서관 주간에 펼쳐지는 그림책 원화 전시, 작가와의 만남, 체험행사 등을 기획하고 있다. 아울러 1일 도서관 현장체험을 위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도서관 이용방법, 동화 구연, 우수 영상물 상영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어린이 도서관은 2층에 있다. 어린이도서 1만권 등을 비치하고 있으며, 바로 옆으로는 영·유아를 위한 그림책 도서 등이 구비돼 있다. 이곳은 빈백의자, 소파, 책 소독기 등을 비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여서 젊은 세대들에게는 유용해 보인다.
어린이 도서관을 나오면 오픈갤러리가 나온다. 아담하지만 개방감이 느껴지는 이곳은 현재 개관을 기념해 북구청 소장품 전 ‘비긴 어게인’이 열리고 있다. 2월까지 개최 예정인 전시는 양병구의 ‘승리’, 최순님의 ‘우리 함께 오기를 잘했어’ 등 19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입구에서는 양산도서관 개관을 축하하는 초등학생들의 카드가 달린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인근 일곡도서관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이 보낸 카드는 동심이 가득하다. “개관을 축하합니다. 책을 읽으러 자주 갈게요.”
377석 규모를 갖춘 공연장도 센터의 자랑거리다. 관람석(1~2층) 외에도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지는 무대, 출연자 대기실, 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어 여러 행사가 가능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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