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차니 지음, 이연식 옮김
“새로운 세력이 자신과 다른 믿음의 체계와 문화를 지닌 지역을 지배하게 되면 과거 비잔틴 제국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성상파괴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오스만의 정복자들은 하기야 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개조했는데, 이 사원에서 귀중한 모자이크의 많은 부분이 파괴되지 않고 숨겨졌다. 드넓은 벽과 돔과 천장을 회반죽으로 덮었다. 오스만 사람들이 우상숭배라고 여겼던 모자이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과정을 통해 보호되었다.”(본문 중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외적인 것과는 다른 뜻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다. 또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미술관과 미술품이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미술품이 사라지거나 숨겨졌다. 그 이유는 자연재해, 종교적 이유, 전쟁, 도난 등 다양하다. 한때 사라지거나 다시 발견된 미술품에 깃든 사연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롭다. 비잔틴 제국의 소피아를 꾸몄던 눈부신 모자이크는 400년 동안 덮여 있다가 1934년 모습을 드러냈다.
미술품과 문화재가 파괴되고 사라진 이유, 아울러 이를 찾기 위해 노력한 이들을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미술사와 미술 범죄를 소재로 글을 쓰는 베스트 셀러 작가인 노아 차니의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가 그것. 번역은 미술사를 매개로 저술과 번역, 강연 활동을 하고 있는 이연식이 맡았다.
저자에 따르면 전근대 (1750년대 이전) 예술가들의 작품은 일부만 남아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만들었다는 작품 15점 가운데 3분의 1은 당대와 후대 문서에 남아 있을 뿐이다. 적어도 8점이 사라졌다. 그뿐 아니다. 아테네 조각가 피디아스와 베네치아 화가 조르조네, 독일 알브레히트 뒤러와 같은 거장들 작품이 파괴되거나 도난당했다.
저자가 잃어버린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백의 미술사를 이루는데” 대단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즉 예술에 대한 이해가 오늘날 볼 수 있는 작품들에만 한정돼 있어 평가가 ‘치우쳐’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조각 ‘스포르차 기마상’이 현존한다면 “‘모나리자’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졌을” 것이라고 본다. 나아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도라 마르의 초상’이 화재로 불타지 않았다면 ‘마리 테레즈 발테르의 초상’ 곁에 걸려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15세기 중반 영향력 있는 화가 로히어르의 삶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정의를 주제로 한 회화 4점은 브뤼셀 시청 황금의 방에 걸리기 위해 주문받았다. 그러나 9년 전쟁(1688~1697) 중에 프랑스군이 브뤼셀을 폭격했는데, 당시 화재로 모두 소실된다. 다행히 앞서 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이들이 남긴 기록과 드로잉, 회화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작품으로 보이는 십자가상이 2010년에 발견됐으며 더블린의 예수회 신학대학 구석에 걸려 있던 ‘체포되는 그리스도’는 1987년 카라바조의 잃어버린 걸작으로 확정됐다.
저자는 “사라진 예술품을 나열하는 것은 전투에서 죽은 이, 위패에 새겨진 이름을 나열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작품을 대부분 위대한 예술가가 제작했고,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개인이 소유했으며 따라서 역사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할 때 더욱 커진다”고 말한다.
<재승출판·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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