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새벽 5시 50분 광주시 북구 중흥동 태봉인력사무소. 6시도 못됐지만 30분 전부터 일거리를 찾아 나선 50여명의 일용직 근로자들로 북적됐다. 일용직 노동자 이모(65)씨는 일감이 얼마나 줄었냐고 묻자 “(일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인상을 썼다. 그는 “가뜩이나 경기가 팍팍한데,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아주 죽을 맛”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난로 옆에 앉아있다 담배를 피우러 나선 다른 일용직 노동자 김모(52)씨는 “코로나에 직격타를 맞아 가계 문을 닫은 뒤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온 사람도 봤다”며 “일감은 없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몰리다보니 다들 힘들다”며 담배연기를 길게 뿜었다.
송주찬(59) 인력사무소장은 “오늘 일을 못하면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남들 출근하는 시간, 일거리가 없어 집으로 가는 기분이야 오죽하겠냐”고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광주·전남 전역을 집어삼키면서 하루 벌어 하루를 버텨내야하는 일용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 가사도우미, 아르바이트 등 고용시장에서 약자인 이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인력시장의 경우 정부 규제로 건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공공사가 중단되는 등 공사 현장이 줄면서 노동자들의 일거리도 줄어들었다.
송 태봉인력사무소장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이 시간이면 80여명 가량이 일거리를 찾아나갔을 시간”이라며 “아예 반토막 났다”고 푸념했다. 이날 새벽에 나와 기다리던 노동자들은 2시간을 기다리다가 7시를 넘겨 “오늘도 공쳤다”며 사무소를 나섰다.
식당 일자리도 줄었다. 대학생 정모(여·24)씨는 6개월 간 일했던 식당 일을 지난달 그만뒀다. 손님이 몰려 일손이 달려야 인력을 필요로하는데 정씨가 일했던 가게는 경기 침체에 코로나19로 찾아오는 손님마저 없다보니 문을 닫으면서 일방적으로 해고된 것이다.
정씨는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적당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시노동센터는 이같은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지난달부터 잇따르고 있다.
대면(對面) 공포가 확산하면서 집 안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가사일을 돕는 가사도우미들은 생계 위기에 내몰렸다.
광주YWCA가 지원을 받아 가정집에 투입하는 가사도우미들의 경우 최근 300명 중 2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외부인과의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가사도우미들을 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가사도우미 교육도 중단된 상태다.
광주YWCA 관계자는 “수입이 끊긴 가사도우미들의 일감 찾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YWCA 구내 식당 근로자 2명도 무급휴가에 들어갔고 보조금을 지원받는 사업이 중단되면서 직원들 12명도 무급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광주시노동센터 관계자는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일용직 건설노동자, 가사도우미 등은 일방적으로 일자리를 잃더라도 법률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며 “코로나 19사태를 계기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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