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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초상화·풍속화·산수화 … 그림은 그 시대를 말한다

by 광주일보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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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그림 속에 숨겨진 조선 역사 - 홍순대 지음

 

제자인 이상적이 유배와 무관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마음이 고마워 추사가 그려준 ‘세한도’.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야기나 글 외에도 그림, 조각 등 다양한 예술품으로 시대를 정리할 수 있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나름의 흔적을 남겼다. 동굴벽화는 그 대표적인 예다.

종이가 보편화된 후에는 글과 그림이 역사를 전하는 보편적인 방법이 됐다. 물론 그러한 역사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조선시대에는 어느 시대보다 기록문화가 풍성했다. 유교문화와 선비문화 영향 때문이다. 초상화, 풍속화, 산수화 속에 담긴 선조들의 삶과 문화는 생동감이 있고 사실적이며 해학적이다.

 

그림이 전하는 조선의 역사를 다룬 책이 발간됐다. ‘매국의 역사학자 그들만의 세상’의 저자 홍순대 작가가 펴낸 ‘그림 속에 숨겨진 조선 역사’는 조선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건들과 인물의 관계를 그림을 통해 들여다본다. 책은 모두 5개의 큰 주제로 엮였으며 그림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이야기 ‘고려인가 조선인가’는 미륵불 현신을 기원하며 새 세상을 꿈꿨던 이성계의 조선 개창에 관한 것이다. 이성계는 쇠락해가는 고려 왕조를 대체할 새 나라를 염원했다.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금강산에서 사리갖춤구를 모시고 미륵불 현신을 기원했다.

이는 정치적 야심을 종교와 결합해 다지는 행위였다. 사리구 백자합에는 이성계 자신의 이름과 부인 강씨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1만여 명의 시주와 염원을 담은 기록문이 있다. “엄연히 군주가 재위하고 있었고 수많은 권문세족들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던” 때에 이러한 행위는 자신감의 발로라 볼 수 있다.

두 번째 그림은 ‘몽유도원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층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권력욕에 눈먼 수양대군에 의해 짧은 생을 마감한 안평대군과 그가 아낀 화가 안견의 삶이 주 내용이다. 안평은 꿈에서 도원동을 유람하고 안견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이 때만 해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고 교분도 두터웠다.

그러나 저자는 “‘몽유도원도’ 발문에 등장하는 세 명 중 최항·신숙주는 솟을대문과 고대광실의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했다”며 “최항은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을 살해한 후 그 정당성을 단종에게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본다.

조선 후기의 백성들의 삶을 풍속화로 들여다보는 주제도 있다. 세 번 째 그림은 기록화 의미를 지닌 풍속화를 조명한다. 풍속화의 대표 화가는 김홍도.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강세황에게 교육을 받으며 서화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홍도의 풍속화 가운데 ‘타작’은 당대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 속에는 풍년을 맞아 타작을 하는 장정들의 밝은 표정이 살아 있다. 반면 볏단 위에 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앞에는 술병까지 놓여 있다. 분명 지주이거나 마름일 것으로 추정된다. 단원은 그처럼 민초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지배층의 허위를 드러낸다.

네 번째 이야기는 풍상의 세월을 이겨낸 ‘세한도’에 얽힌 내용이다. 이 그림은 추사가 제자인 이상적이 자신을 유배와 무관하게 여일하게 대하는 마음이 고마워 그려준 그림이다. 추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왕족의 일원으로 청 학자들과 교류하며 초서체와 금석문을 남긴 대학자의 심사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마지막은 구한말 조선 선비를 자처하며 자결한 매천 황현을 다룬다. 매와 같은 날카로운 눈매는 당대의 시대상을 놓치지 않으려는 채용신 화벽의 심상이 투영된 듯하다. 일반적인 초상화와 달리 “윤곽선 없이 색채와 수묵으로 유복의 형태를 그린 것”은 그 같은 매천의 불굴의 정신을 투영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저자는 “땅을 일구며 살아가던 백성은 곧 우리 삶의 궤적이다. 그 백성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누군가의 화폭에 그려질 우리 시대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화폭에서 우리를 볼 것이며 이 땅의 백성으로 남을 것”이라고 의미를 말한다. <인문서원·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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