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캐리어 기사 광주에서 목포까지 악천후 속 운송…하역작업 중 추락사
노조 “기상악화에 배송연기 요청했지만 현대글로비스가 배차 그대로 진행”
회사측 “출발 전 배송 보류 메시지 통보했다”…기사들 “적극 제지 했어야”
폭설로 인한 안전 사고를 우려해 운송을 늦춰달라는 화물차 노조의 요청을 위탁업체가 거부하면서 물류운송에 나섰던 화물차 기사가 하역과정에서 추락해 숨졌다.
현대차그룹 소속으로 물류 수송 전담 회사인 현대글로비스가 물류 운송에만 매달리면서 운송 기사가 사고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거세다.
화물연대측은 폭설로 인한 악천후로 사고 당일 오전과 오후 2차례 배송 연기를 요청했음에도, 글로비스측이 “그대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해 사망사고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7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 카 캐리어지회에 따르면 카 캐리어(차량을 배송하는 화물차) 기사 A(75)씨는 지난 12월 30일 밤 9시 10분께 목포항에서 하역작업 중 화물칸 2층(3.5m) 높이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추락 당시 광주시 서구 기아차 2공장에서 목포항으로 운송한 차량 6대를 내리려고 적재함 2층으로 올라가 차량을 하역하던 중, 추락한 것으로 경찰이 파악하고 있다.
운송기사들이 노조원으로 소속된 화물연대측은 악천후에도 운송을 강요하면서 빚어진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측이 지난 12월 30일 기록적 폭설이 내린 데 따라 글로비스 광주사업소 측에 ‘오전부터 눈이 많이 와 차량운송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기상상황을 보고 있다. 현재는 운송을 진행해달라’고 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글로비스 광주사무소는 기아차로부터 운송요청을 받아 자신들의 하청업체인 4개의 운송사들을 통해 108명의 카 캐리어 기사들에게 일감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 30일에도 오전 7시부터 배차를 진행, 화물 기사들이 운송을 진행했다.
이날은 오전 6시 10분부터 광주·목포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노조측은 “글로비스 등의 운송요구를 거부하면 분기별로 진행하는 업체평가에서 불이익이 생긴다”면서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운송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측은 또 “오늘 기상이 좋지 않아 미뤄뒀다가 쉬는 날인 1월 1일, 2일에라도 나와서 일을 하겠다고 했다”면서 “원청인 글로비스측은 차를 운송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글로비스 측은 사고기사가 출발한 시간은 오후 7시 20분께로, 이날 오후 6시 20분께 운송사측에 배송보류를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지난 12월 30일 오후 5시30분에 배차 운송 요청을 받아 상차 작업을 마친 뒤라는 점에서 글로비스측 배송 보류 문자는 A씨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화물 기사들은 또 운송보류 내용도 단체 메세지방에 올리는 게 전부라 자칫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도 커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날 단체방에는 오후 6시 36분에서야 ‘오후 5시·7시 운송관련 공지’라는 이름으로 배송을 다음날 하라는 문자가 올라왔다.
화물기사들은 “위험한 작업인 상하차에 보통 30~40분이 걸리고 상하차 작업에는 휴대전화를 확인할 여력이 없다”며 “악천후에 배송보류라면 적극적인 제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하역업무는 운전기사들의 업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로비스 등이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기사들에게 상·하역을 강요하고 있고, 사고 현장에는 안전 담당자도 없어 추락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는 것이다.
글로비스 관계자는 “글로비스는 물론 운송사들도 각자에 맞는 안전관리 책임이 있다”면서 “시스템과 안전 관리에 구멍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글로비스 관계자는 "당일 A씨를 포함한 운송기사들에게 운송보류를 통보했으며, A씨가 통보내용을 확인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 카캐리어지회는 사고와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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