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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열악한 숙소에 아파도 제대로 못 쉬고…광주 외국인노동자의 참담한 타향살이

by 광주일보 2021.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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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또다른 이웃’ 의 삶 보니
바퀴벌레 득시글 비위생적 기숙사
숙소 제공하면서 비용 부담시키기도
조퇴·휴가 엄두 못내고 격무 시달려
인권·복지 차별없게 관리감독 필요

 

캄보디아 출신 30대 여성 외국인노동자가 지난 12월 20일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파경보가 내려졌음에도 당시 비닐하우스에는 난방 장치조차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가 빗발쳤다.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광주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삶’이라는 책자는 광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주거·노동환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역사민속박물관측은 광주지역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몽골·방글라데시·베트남·필리핀 외국인 노동자 2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담과 현지 조사를 거쳐 외국인 노동자 실태 책자를 발행했다.

심각한 고령화와 젊은층의 수도권 집중화로 외국인 노동자가 광주·전남 산업 현장의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이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적극적인 생활 환경 개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물 새는 부엌, 고장난 에어컨, 수리비까지 떠넘기기도=책 속에 담긴 외국인 노동자 주거 환경은 참담하다. 회사측이 제공한 기숙사는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곳이 많고 그나마 일부 회사측은 숙소를 제공한다고 해놓고 비용을 부담시키는 행태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리야즈 씨는 “공장 내 기숙사의 작은 방에 3명이 머무르는데 기숙사·식비로 매달 35~40만원을 회사측에 떼간다”면서 “그런데도 불을 피우는 게 위험하다며 요리도 금지해 별도 식사 비용으로 30~40만원 가량 든다”고 했다.

네팔 출신 라즈기리씨는 “부엌에서 물이 새는데도 고치는 데 들어간 수리비를 부담하도록 했다”고 했고 몽골에서 온 강바야르씨도 “공장측이 제공한 기숙사에는 바퀴벌레까지 돌아다니고 에어컨도 고장이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기숙사가 열악하다보니 별도로 숙소비용을 부담하면서 밖으로 나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조퇴도, 휴가도 못 내는 노동현장= 광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페인트제조·창문새시 제작·박스제작·오피스 의자 제작·전자제품이나 유리 제작 현장 등에서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노동 인력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 힘든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휴식·휴가 등도 보장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몽골에서 온 노로브준텐씨는 2년 넘게 박스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휴가·조퇴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 출신 기리데비램씨는 8개월째 식도염을 앓으면서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

기계가 작동하면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으며 여태껏 한 차례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윈스톤티씨는 작업을 하다 손등에 뜨거운 알루미늄이 떨어져 화상을 입었지만 즉각 치료를 받지 못하고 며칠 뒤에야 치료를 받았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홍관희 노무사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생활 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고용노동부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복지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박물관측이 이주노동자의 경제적 수준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노동자 20명 중 13명이 160만~280만원까지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임금 체불 상태가 3개월 째 지속되고 있다고 고백한 노동자도 있었다. 한 외국인 노동자는 서울에서 일할 때는 230만원 받았지만 광주에서는 180만원만 받고 일한다며 열악한 임금 수준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2019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현황’에 따르면 광주 거주 외국인 주민은 4만30653명으로 광주 인구의 3%에 달하고,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7312명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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