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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두 사건 용의자 DNA 확보했는데…

by 광주일보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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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어느날 새벽, 어느 작은 마을. 고령의 피해자 F씨 집에 누군가 침입해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하려다 실패하고 달아났다. 현장에 범인이 남긴 유일한 단서는 피해자 옷에서 검출된 피해자의 것과 혼합된 ‘남성’ 용의자의 DNA. 이것만으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채취한 DNA만 남긴 채 이 사건은 미제(未濟)가 됐다.

비슷한 시기, 이 일대에서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올해까지 8건의 야간주거침입강간 미수 범행 등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경찰이 피해 사실을 파악한 경우만 7명에 달했다.

지난 3월, 인근 마을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 남성의 DNA를 확보했다. 이후 범행 시간 전후로 인근 장소를 들낙거린 차량 1858대를 대상으로 수사, 13대로 압축한 뒤 차량 주소지를 파악해 다시 3대로 좁혔다. 경찰은 범행이 발생했던 때와 가장 가까운 시간에 인근을 통과했던 차량 소유자 A(51)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잠복, 용의자가 아파트단지 쓰레기 수거함에 버린 쓰레기봉투에서 머리카락, 장갑, 용의자가 먹은 것으로 보이는 아이스크림 막대를 찾아내 국과수로 보냈다. 결과는 일치.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해 구강상피세포를 채취, 범행 현장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범행 현장에 전혀 가지 않았다는 A씨 휴대전화에는 범행 장소 인근 로드뷰와 위성사진을 캡처한 800개가 넘는 이미지 파일이 들어있었다. 범행 장소 인근 교차로, 통행로, CCTV 위치를 알 수 있는 전신주, 주택 대문 등이 찍힌 것들이다.

국과수는 여기에다 A씨의 Y-STR(짧은 염기서열 반복 구간 분석) DNA형이 2016년 범행 현장에서 검출된 Y-STR DNA형과 일치한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A씨가 2016년 범행을 저지른 범인과 같은 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A씨가 2016년 범행의 범인과 ‘동일한 부계 혈통’에 속한다는 의미다. Y-STR DNA분석법은 성(性)염색체 중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Y 염색체가 부계를 통해 그대로 유전되는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충분한 DNA가 확보지지 않거나 남성·여성 유전자형히 혼합돼 검출되는 경우에 시행하는 방법이다.

사건 발생 4년 만에 반전(反轉)이 일어난 것이다. 경찰과 검찰은 이같은 점을 종합해 A씨를 두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 주거침입강간과 특수강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법 형사 12부(부장판사 노재호)는 지난 3월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만 A씨를 유죄로 판단,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 5년 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이 기간 내 해당 자치단체에 대한 출입 금지, 밤 10시부터 7시까지 외출 금지 등의 준수명령도 부과했다.

재판부는 “지난 3월 범행 현장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형과 동일한 유전자형을 가진 피고인 A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을 확률은 170자(경의 억배로 10의 24승)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3월 범행의 범인은 A씨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2016년 사건의 경우 “A씨가 2016년 범행 현장의 범임과 동일한 사람이라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A씨의 Y-STR DNA형이 일치한다는 결과는 A씨와 2016년 범행의 범인이 ‘동일한 부계 혈통’에 속한다는 의미일 뿐 그 이상의 개인식별력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016년 당시 범인임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모방범죄가 섞여있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범행과 유사하다고 범인이라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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