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전담병원 지정 늘리고 음압병상 확충공사 서둘러야
경·중증 구분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 확보 대확산 대비를
코로나19 극복 전문가 제언
호남 의료 거점 도시인 광주에 코로나19 전문 의료인으로 꼽히는 감염내과, 예방의학 전문의는 각각 10명(전남대병원 6명, 조선대병원 3명, 기독병원 1명)과 8명(전남대 4명, 조선대 4명) 등 총 18명 뿐이다. 호흡기 내과로 범위를 확대해도 14명을 추가해 32명 수준이다.
감염병 전문 의료인들은 광주도 대구처럼 코로나19의 대확산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확진자 100명, 1000명, 1만명 등 단계적 발생을 가정한 방역 로드맵을 마련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 시민 보호를 위해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를 들어봤다.
◇전남대·조선대 병원 선별 진료소부터 옮겨라=의료계에선 광주·전남과 전북권 응급·중증 환자 등을 담당하고 있는 전남대학교 병원과 조선대학교 병원에 ‘코로나19 선별 진료소’가 설치된 데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선별진료소를 찾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응급실 등에 접근할 경우 시설을 폐쇄해야 하는데다, 중증 환자 치료만으로도 일손이 부족한 의료진을 선별진료소에까지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광주시에 수차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의료인들의 하소연이다.
의료계에선 선별진료소 업무는 보건소 등이 담당하고, 이들 기관의 업무 경감을 위해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 선별진료소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0분 이상 소요됐던 검체 채취과정이 10분 안에 이뤄지고, 대기 중 피검사자 간 감염 우려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 확보·감염병 전담병원 등 시설 확보하라=시는 대규모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빛고을전남대병원과 시립제2요양병원 두 곳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105병상)하고, 우선 빛고을전남대병원에 80명 안팎의 환자수용 시설을 마련했다. 감염병 치료 전문시설인 음압병상은 국가지정 12실 등 총 31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의료계에선 이 정도 시설만으로는 집단 감염사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경증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병원 및 격리시설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의 음압병상 확충 계획에 대해서도 광주시 차원에서 행정 절차를 단축하고, 지금 당장 공사에 착수하는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료인은 “대구처럼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에는 감염 업무(진단, 검사 등)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한계가 있어 모든 방역 업무가 뒤죽박죽이 된다”면서 “실제 대구의 경우 집단감염 사태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시설확충은커녕 환자관리 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에 집단 감염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라고 조언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들 시설을 마련했더라도, 전문 의료인이 없으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에서 전문 의료진(간호사 포함)을 미리 확보하는 것도 중요 과제로 꼽았다. 대규모 환자 발생시 경증과 중증을 구분해 효율적으로 격리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해당 분야 의료인이 아니라면 추가교육을 통해 전문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시 컨트롤타워에 의료인 포함하라=코로나19 발생 후 조직된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시장을 본부장으로, 행정부시장, 시민안전실장, 통제관(복지건강국장) 순으로 구성돼 있고, 나머지 실·국은 통제관 아래 놓여있는 구조다.
코로나19 관련 대책을 사실상 결정짓는 시장부터 통제관까지 전문 의학 지식을 갖춘 인물이 없다보니, 지역 의료계와 소통이나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특성상 비전문 그룹인 행정기관의 결정이나 지시를 불신하는 경향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타 지역의 경우, 서울시만 해도 통제관 자리를 의료인 출신이자 우리나라 역학·예방의학회 임원을 지낸 인물이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광주 의료계에서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의료계 원로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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