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본부 관료 중심 벗어나 의료인들 참여·권한 강화해야
전남대·조선대병원 내 선별진료소 철수 응급환자 보호를
감염병 전담병원 추가 확보…인력·장비·시설 서둘러 마련
순천·여수에 확진자 2명 발생
코로나19가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꼽혔던 전남도 지난 주말 순천과 여수 등에서 2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역 의료계를 중심으로 호남지역의료 거점인 광주시의 디테일한 방역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큰 틀에선 중앙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면서도, 장기전과 대확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지역 맞춤형 방역 로드맵을 만들고, 관련 의료인력과 장비, 시설 확보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지역 의료계의 조언이다.
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국내 발생 4주만에 광주·전남 12명(광주 9명, 전남 3명) 등 확진환자만 전국적으로 3736명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기존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과 달리 증상이 거의 없는 감염 초기 바이러스 전염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특성 때문에 확산세가 훨씬 빠르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사전 격리중이던 간호사가 확진판정을 받은 순천드림내과 배열 원장은 “대구에 다녀왔다는 간호사를 곧바로 격리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었다”면서 “지역이나 장소, 공간을 불문하고, 지금 당장 어느 곳에서나 집단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게 코로나19다. ‘우리 지역은 괜찮겠지’라고 방심하면 절대 안된다”고 조언했다.
신민호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광주에서 일주일째 신규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이는 타 지역에 비해 방역 시스템이 잘 구축됐다기 보다는 그냥 운이 좋은 것일 뿐”이라며 “광주도 대구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역 감염병·예방의학 전문 의료인들은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중앙정부 방역 대책과는 별도로, 지역 특성을 맞는 광주(전남)만의 코로나19방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단 지역 의료시스템의 최후 보루인 전남대·조선대학교 병원 내 선별진료소부터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칫 코로나19확진자가 이들 대학병원으로 유입될 경우 코로나19보다 훨씬 심각한 응급환자들이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현재 빛고을 전남대병원 등 2곳 뿐인 감염병 전담병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시설에 감염병 전문 의료인 배치 및 의료 장비·시설 등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의견이다. 또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 환자 대량 발생에 대비한 경증·중증 환자의 격리 기준과 추적 기준 등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금부터라도 조속히 음압격리병상 확충 등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선 현 관료 중심 컨트롤 타워(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전문 의료인이 추가로 합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단순 조언 기능이 아닌 방역 정책을 함께 결정하고, 상황에 따라선 지시까지도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의료인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현재 담당 국장을 단장으로 전문 의료인 4명이 포함된 지역 감염병 협력위원회와 민관 의료 협의체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인들 사이에선 ‘무늬만 협의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한 의료인은 “주변 의료인들은 (우리가) 중요한 역할이나 결정권을 가진 줄 알고 방역 현장의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지금까지 딱 3차례 모였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광주)시의 자문에 답해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방역 현장의 개선사항을 제안해도 검토하겠다는 말 외엔 달라지는 게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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