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코로나 수능 100일’ 뒷바라지
코로나 재확산에 불안감 가중
수험생 안전·건강에 온 신경 집중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광주·전남 수능 지원자는 3만 586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응시자가 줄었다. 그렇다고 수험생 부담감도 줄어들 리 없다. 수험생만 그럴까. 어머니의 마음은 수험생보다 더 간절하다.
특히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에 마음 졸이며 버텨낸 지내온 한 해였다. 수시로 바뀌는 학사 일정에 안절부절했고 ‘걸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그래도 자식을 향한 모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실수없이 시험을 잘 치르게 해달라는 바람으로 100일 전부터 기도해온 어머니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능 D-100일, 코로나 ‘2차 유행’ 어떡해=수험생 자녀를 둔 가정의 최대 행사로 꼽히는 수능 100일(8월 25일). 고교 3학년에 다니는 딸을 둔 희주(가명) 엄마는 불안에 떨었다. 사흘 전인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무려 코로나19 확진자가 67명이나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13.2명에 달하는 ‘2차 유행’이었고 26일에는 무려 39명이나 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10일 전인 8월 1일만 해도 하루 확진자가 1명에 그쳤다.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수능 시험일을 연기한 뒤 사그라들었다가 다시 무섭게 확산하면서 희주 엄마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코로나에 걸릴까 독서실, 스터디카페도 가지 못하는 아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아이는 학사일정이 자꾸 바뀐다고 불안해하는데 해줄 건 없고 안타까웠죠.”
코로나로 종교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절·성당·교회를 찾아 기도하는 엄마들도 갈 데를 잃었다. 입시제도가 바뀌고 코로나가 확산해도 기도를 멈출 수는 없는 일. 엄마들은 집에다 기도실을 꾸몄다. 절에서 수능기도문을 받아와 집 안에서 108배를 올리기 시작했고 교회를 다니는 민정(가명) 엄마는 화상으로 주일 예배마다 자녀의 고득점을 염원했다.
“기도를 한다고 하긴 했는데, 직접 찾아가지 않아 부정이 탈까 걱정이 들더라구요.”
“재수하는 아들때문에 지난해보다 더 간절했는데, 교회를 가지 못하니 괜히 아이에게 미안하더라구요, 해줄 게 이것 밖에 없는 것 같았거든요.” 재수생 아들을 둔 민수(가명) 엄마 얘기다.
◇D-50, 9월 모·평 결과, 우리 자녀 어디갈까=수능 50일을 남겨둔 10월 14일, ‘수능 가늠자’로 꼽히는 9월 모·평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수능보다 국어와 수학, 영어가 다소 어려웠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현역인 학생들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가서 불리한데, 시험도 어려워 재수생에 밀릴까 얼마나 답답했나 몰라요.”
고3 아들 현준(가명) 엄마는 그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이 사그라드는가 싶더니 시험이 어렵다며 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나더라는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이 어려운 수능일 때는 재수생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하죠. 내 자녀 얘길 다른 엄마한테 할 수도 없고, ‘너 괜찮니’라고 아이한테 물어볼 수도 없잖아요. 얼마나 신경쓰였는지 혼자서 마음 졸였거든요.”
정현(가명) 엄마는 “코로나가 주춤해지고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아 다중이용시설인 학원을 끊고 과외로 돌렸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수익이 줄었는데 학원비는 더 들었다고 했다.
엄마들은 “커피숍도 못가지, 사우나도 못가지, 저녁도 집에서만 먹는데 힘들어 죽겠는데 아이한테 영향이 미칠까 아무 말도 못했다”고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D-30, 새벽 기상=11월 3일. 문주(가명) 엄마는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졌다. 수능 한 달 전부터는 수능날에 맞춰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는 조언에 4시 30분에 일어났다.
부정이라도 탈까 새벽 기도도 빠질 수 없어 더 빨리 일어나 준비해야 아이 아침을 챙겨줄 수 있었다고 한다.
“밥맛 없다고 그냥 일어서는 아이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떠먹이려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매일 쫓아갔어요.“
이 때부터 건강 관리에도 신경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타민, 오메가3, 마그네슘 등 영양제를 구매했다. 혹시나 환절기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생강차, 홍삼, 경옥고도 직접 주문했다.
문주 엄마는 “비타민은 기본인데 아이가 소화가 안된다고 해 유산균도 만들어 먹였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눈꺼풀과 엉덩이가 떨린다고 해 마그네슘 캡슐을 사다 매일 먹였다”고 했다.
◇D-10, 까치발을 들었다=코로나 확산보다 무서운 게 아이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고 한다.
지난달 19일, 정부는 “수능 연기는 없다”고 안심시켰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울려대는 재난 문자에 불안감을 지우기 어려웠다.
수현(가명) 엄마는 “아이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려대는 재난문자 때문에 더 불안해했다”면서 “수능에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고 집에서는 발끝을 올리고 다녔고 아이 공부방 앞에는 가지도 못했다”고 했다. “밖에도 못가고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에게 방해가 안되려면 TV안 본 지 오래됐죠. 그래도 계속 책상에만 앉아있는 아들 놈 보는 게 얼마나 안쓰럽던지 몰라요”, “우리 딸은 신경이 예민해 식사도 식판에 따로 갖다 방 앞에 놓아줬어요.”
수능 당일, 이들 학부모들은 고사장에 자녀들을 들여보낸 뒤 최선을 다한 자녀들의 좋은 소식을 기원하며 절·교회·성당을 찾는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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