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서창동 일대는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됐다. 8월에 내린 집중호우로 농경지 및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고 주택·상가가 침수됐다. 주민들은 새벽부터 마을로 유입되는 영산강 배수통문을 닫아달라고 행정당국에 요청했지만 비가 그칠 때까지 닫히지 않았다. 자동으로 닫는 기능도 작동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수동으로도 닫히지 않았다. 강제로 문을 닫는 시도조차 불가능했다는 게 서구 조사 결과다.
집중호우에도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닫는 수문이 닫히지 않으면서 농경지 및 농작물 침수 389건, 주택 15건, 상가 25건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집중호우 뒤 3개월이 지났지만 서창동 일대 주민들은 왜 배수통문이 닫히지 않았는지 여태껏 알지 못한다. 배수통문을 열고 닫는 역할을 맡은 서구는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닫히지 않았다”면서 관리 책임자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원인 규명까지 해야 한다며 책임을 미룬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역류할 때까지 배수통문을 닫지 않는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은 서구청에 있다고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뒤 원인규명을 당부했음에도 그대로다.
누가 잘못했는지, 왜 배수통문이 작동되지 않았는지 알아야 책임 여부를 따질텐데 정확히 가려진 게 없다보니 주민들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보니 그만큼의 비가 다시 오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주민들의 하소연을 접한 일부 배수통문 설치업체가 서구에 제안했다. 당시와 비슷한 상황을 갖춰놓고 배수통문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작동 과정에 문제점이 있는 건 아닌지 직접 시연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서구는 주민들 요구를 수렴, 23일 오전 11시 해당 장소에서 시연회를 하기로 했었다. 배수통문 관리주체인 익산청에도 참여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익산청은 그러나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배수통문 작동 여부를 시연할 업체가 배수통문 설치업체의 경쟁회사라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에게 진즉 원인 규명 조사를 요구했어야 하는데도, 손을 놓고 있으면서 피해 입은 주민들보다 작동조차 안된 배수통문 설치업체 입장만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만했다. 서구도 익산청이 오지 않으니 시연회를 취소했다. 오랜 의구심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던 주민들은 실망했다.
주민들은 “왜, 어디가 문제가 있어서 배수통문이 작동이 안됐는지 궁금해하는 주민들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행정기관 멋대로 행사를 취소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피해를 입은 건 우린데, 우리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필요한 시설물의 오작동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시연회를 자기들 멋대로 취소하는 게 맞나”고 반문했다.
익산청은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소극적이다. 익산청은 다만, “물이 역류하는 상태에서 강해진 수압으로 수문이 움직이지 않거나 수문 밑에 가득한 부유물로 닫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문설치업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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