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우리나라에는 국권상실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한편으로 3·1만세운동을 토대로 향후 민족운동을 전개하고자 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생겨났다.
광주에서도 1920년대 신간회 광주지회, 광주청년회 등이 결성되면서 새로운 방식의 민족운동이 전개됐다. 그 가운데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광주기독교청년회(광주YMCA)가 그 중심을 이루었다.
광주YMCA는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청년문화의 불을 밝힌 요람이었다. 조선기독교청년회의 지역 단체로 출발한 광주YMCA는 민족운동을 통해 자주독립을 실현한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당시 덕육부(德育部), 지육부(智育部), 체육부(體育部)로 조직으로 출발했으며, 해방 이후에는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시민사회를 열어가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펼쳐왔다.
광주YMCA의 역사와 활동상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관장 김오성)은 일제강점기부터 우리지역 사회운동을 이끌어왔던 광주YMCA의 어제와 오늘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오는 12월 13일까지 역사민속박물관 2층 근대역사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 기여한 공로와 헌신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기획됐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됐다.
제1부 ‘100년의 역사, 미래를 열다’는 1920년 최흥종 목사 등의 주도로 광주YMCA를 창설한 과정과 의의를 살펴본다. 당시 청년운동의 산실인 광주YMCA 회관의 변화 등을 엿볼 수 있는 사진자료가 소개돼 있다. 오웬각 전경을 비롯해 숭일학교 건물 등 1920년대 사진을 만날 수 있다.
광주YMCA 성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업은 교육 분야였다. 식민지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제2부 ‘민족운동의 기틀이 되다’는 1920~30년대 광주YMCA의 교육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광주YMCA는 가난과 성 불평등으로 교육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빈민과 여성을 대상으로 야학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기독교를 비롯해 여성, 체육, 직업, 농업 등 각 분야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실천의지와 독립의식을 고취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 시기 교육 가운데 중점을 뒀던 것은 문맹퇴치였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떠나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교육사업을 추진했던 것. 1921년 설립된 유치원과 야학은 최흥종 목사 주도로 이뤄졌다. 특히 야학에서 활동한 교사 중에는 훗날 소설가로 유명한 박화성도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는 당시 야학운동과 관련된 유물과 사진, 신문을 통해 야학운동의 숨은 얘기들을 들려준다.
제3부 ‘도시에서 농촌으로’에서는 일제의 수탈로 피폐해진 농민의 삶에 눈을 돌려 농촌계몽운동에 앞장섰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 시기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사회문제는 빈민문제였다. 고향을 떠나 도시 일용자가 된 농민들은 하층민의 삶을 살아야했다. 전국적으로 농민조합, 기독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농촌사업이 전개됐던 것도 이 무렵이다.
광주YMCA 또한 당시 빈곤과 높은 문맹률에 시달리던 농민들을 위해 각종 강습회와 야학을 통해 글을 가르치고 신지식을 전달했다. 농민강습소와 농촌지도자 양성은 물론 농업실습학교를 열어 빈곤탈출의 방법을 모색했다.
광주YMCA의 활동 가운데 오늘날 우리의 삶까지 영향을 끼쳤던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민주화운동이다. 특히 1971년 시작한 ‘광주Y의 시민논단’은 민주화와 지역현안 등 시의성 높은 주제로 지역여론의 공감을 사왔다. 제4부 ‘시민운동과 지역발전’에서는 엄혹한 개발독재의 시기에 광주YMCA가 펼친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한다.
또한 이 시기에 광주YMCA는 낙후된 광천동에서 지역개발운동을 펼쳤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역개발과 사회정의 추구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처럼 광주YMCA는 세미나, 환경개선사업, 리어카 보내기 운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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