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캠프서 유망주 눈도장...5월 퓨처스리그서 첫 홈런 뒤 부상
익숙한 유격수 대신 3루 도전도...“수비는 자신…타격 다듬겠다”
KIA 타이거즈의 루키 박민이 “액땜했으니 45살까지는 야구하고 싶다”고 웃으며 프로 첫 시즌을 돌아봤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박민은 올 시즌 두 차례 큰 시련을 겪었다. 5월 27일 안와골절상을 입고 한달 가량 자리를 비웠던 박민은 10월 6일에는 코뼈가 부러져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남들은 한 번도 겪기 어려운 흔치 않은 부상을 프로 첫해 연달아 당하면서 박민도 그를 지켜보는 이들도 애를 태웠다.
야탑고 출신인 박민은 KIA가 2차 1번으로 낙점한 ‘특급 유망주’로 홍종표와 함께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해 프로 데뷔를 준비했다.
익숙하고 자신 있는 유격수 자리에서는 물론 KIA의 약점인 3루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했던 박민은 5월 26일 퓨처스리그에서 담장을 넘기며 프로 첫 홈런을 장식했다.
하지만 박민은 손맛을 본 다음 날 KT위즈와의 퓨처스 경기에서 투수의 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원점으로 돌아간 박민의 2020시즌은 8월 12일 전환점을 맞았다.
처음 1군에 콜업된 박민은 이날 잠실에서 열린 LG와의 경기를 통해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8회말 대수비로 들어간 박민은 9회초 볼넷도 골라냈다.
박민은 “어렸을 때 야구 보러 잠실에 많이 갔었는데, 거기 있는 자체가 꿈인 줄 알았다”면서 잊지 못할 순간을 돌아봤다.
하지만 잠실에서 박민은 프로 첫 에러도 기록했다. 8월 19일 이번에도 상대는 LG였다.
박민은 “그날 (나)주환 선배가 허리 다친 줄 모르고 편하게 있었다. 중간에 타석부터 들어갔다. 선발투수가 켈리였는데 삼진을 먹으니까 다리가 떨렸다”며 “수비 나가서 유강남 타구가 왔는데 잘 처리했다. 다음 공 오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는데 플라이가 왔다. 자세를 낮춰서 기다려야 하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가 점프했다. 기억도 안 난다.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좋은 수비 뒤 황당한 실수를 기록했던 박민은 대수비로 두 경기를 더 소화한 뒤 8월 26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후 박민은 퓨처스리그에서 경험을 쌓으며 칼을 갈았지만 다시 1군에 올라오지는 못했다. 박민은 10월 6일 상무와의 경기에서 수비 도중 코뼈 골절상을 입으면서 프로 데뷔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했다.
박민은 “처음 다쳤을 때 너무 아파서 두 번째 부상 때는 별 느낌이 없었다. 아 또 맞았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며 “그래도 부모님께서도 크게 수술 안 해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액땜했다고 생각한다. 크게 액땜했으니 45살까지 야구 하고 싶다”고 웃었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가득한 시즌이지만 장기인 수비에서는 자신감을 얻었다.
박민은 “수비할 때 여유가 생긴 것 같다. 1군에서는 너무 급하게만 생각했는데 2군 내려와서 느낀 게 있다. 여유 있게 해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3루 처음 해봤는데 타구오는 게 까다로워서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빠른 타구도, 느린 타구도 어려웠다. 그래도 3루 갔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했다. 유격수는 익숙하기 때문에 상관없다. 수비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낀 점은 딱히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고민은 타격이다. 타격은 이번 마무리캠프를 치르면서도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박민은 “타격은 올해 거의 성장이 없었다. 느낀 것들은 있는데 거의 못 보여줬다. 변화구도 좋고, 같은 스피드여도 공 끝 자체가 다르니까 타이밍 맞추는 게 적응이 안 됐다”며 “시즌 중에도 그렇고 캠프에서도 폼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 다리를 들어올릴 때 중심이동 폭이 커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를 두 번 다치면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후배가 들어왔다 (웃음). 아직 신인이기도 하고 나도 같은 신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활발하게 더 목소리를 내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타격 폼을 더 다듬어 내년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영상=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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