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간 짧고 음란사이트 가입한 적 없어”…항소심도 무죄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을 ‘무술가’로 쓰고 총기를 가지고 살상하는 3인칭 슈팅게임을 즐겼던 기록에다, 음란물 검색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종교적 신념을 의심할 수 있을까.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3부(부장판사 장용기)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A씨(29)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11월 ‘춘천에 있는 102보충대로 입영하라’는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의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가 입영을 거부한 것은 종교적 교리에 따라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확고하고 진실한 양심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검찰은 A씨가 ‘무술가’를 장래 희망으로 기재하고 태권도를 배운 사실, 서바이벌 3인칭 슈팅게임인 ‘프리파이어’ 게임에 접속한 점, 성적인 순결을 요구하는 ‘여호와의 증인’의 종교적 교리에 맞지 않는 음란물 시청 사실을 제시하며 항소했다. 병역법(88조1항)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볼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항소 이유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만 16세인 2007년에 침례를 받아 정식으로 신도가 되기 전인 초등학교 6학년 때 무술영화를 보고 진지한 고민 없이 희망을 ‘무술가’를 기재했을 뿐”이라며 검사의 항소를 “이유없다”고 기각했다.
또 ‘집총’을 반대하는데 총기를 사용하는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검찰 항소에 대해서도 “2~3년 전 1주일 정도 한 것 외에 없고 이후 삭제했는데 1주일 한 것 만으로 병역 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게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음란물 검색도 A씨가 꾼 꿈과 관련된 강박적 증상 때문에 인터넷을 검색하다 실수로 들어가게 됐다는 본인 진술과 다른 웹사이트 가입 사실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한때 시청한 사실 만으로 A씨 병역 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게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의 무죄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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