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오래된 가게의 재발견] (1) 대한민국 명장 ‘전병원 양복점’ 전병원 대표
16세 대성양복점서 첫 직장생활…기능올림픽 우승자 보며 성공의 꿈
2014년 명장 선정…“자신만의 스타일 찾아 연출할 수 있어야 멋쟁이”
충장로는 광주의 문화와 역사가 숨 쉬는 ‘보배’와도 같다. 이곳에는 대를 잇거나 또는 30년 이상 가게를 운영해온 이들이 적지 않다. 광주의 문화자산이자 역사인 충장로의 오래된 가게를 소개한다.
“양복은 인체공학적인 핸디캡을 보완해주는 ‘제2의 신체’입니다. 입는 사람의 이미지를 새롭게 연출해주는 ‘제2의 나’라고 할 수 있지요.”
전병원(64) 명장의 철학은 분명했다. 그에게 양복을 만드는 일은 천직이었다. 십대 때부터 양복 관련 일을 해온지 벌써 5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1987년부터 충장로에서 33년간 ‘전병원양복점’을 운영해온 그에게는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첫인상에도 오랜 시간 한길을 걸어온 이에게서 배어나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열정이 있는 사람 특유의 품격 같은 것이다. 그러나 서글서글한 인상 뒤로 얼핏 보이는 눈썰미는 예사롭지 않다.
전 명장이 충장로에 입성한 건 1967년 충장로 5가에 있는 금성여객 터미널에 내리면서다. 영광이 고향인 그는 3남 4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그의 연배들은 대체로 소수만이 상급학교에 진학했고 나머지는 취직을 하거나 기술을 배웠다.
“열여섯 살에 어머니의 권유로 충장로 대성양복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양복점 뿐 아니라 양장점, 포목점 등이 주를 이루었고 호남의 상권이 충장로에 몰리던 시기였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양복 일이 맘에 든 것은 아니었다. “반 년 정도는 어떤 일을 해도 그저 그랬는데” 우연히 보게 된 어떤 장면에 마음이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세계기능올림픽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지역사회의 큰 자랑이었습니다. 어느 날 TV를 보는데 기능올림픽 우승자들의 카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거예요. 순간 요즘말로 뭔가 ‘필이 꽂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성양복점에서 바지 봉제를 배운 그는 이후 태창양복점에서 슈트 봉제를 배웠다. 1979년부터는 태화영복점에서 재단보조사로 일하며 양복점을 운영하는 법까지 배우게 된다.
“저는 좋은 멘토(사수)들을 만났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그때 멘토를 잘 만나야 멘티가 잘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배웠어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 좋은 기술을 배웠고, 그 덕에 2014년 명장까지 되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명장은 단순히 기술만 좋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기술은 기본이고 인품과 공공성을 겸비하고 추구해야” 비로소 명장의 자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후학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면모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명품이란 갖고 싶고, 입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옷입니다. 명장이 만들어서가 아니라 고객의 맘에 맞는 정이 담긴 옷이 명품인 거죠.”
명품과 명장에 대한 정의를 듣고 나니, 옷과 기술에 대한 개념이 다르게 다가온다. 한편으로 전 대표는 1993년 ‘한국양복변천100년사’ 전시를 열어 양복의 역사와 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박물관을 마련해 선배들의 땀과 기술, 역사가 담긴 양복 자료를 전시하고 싶은 꿈이 있다.
전 명장은 올해 동구청에서 발간한 ‘충장로 오래된 가게’ 편집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충장로가 살아야 광주가 살고, 광주가 살아야 우리나라가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자는 인터뷰 말미에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을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졌다.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멋쟁이가 되려면 세 번 정도 거울 앞에서 자신을 비춰보라고 권합니다.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한 채 어떤 색에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을지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거든요. 새 옷을 입는다고 모두 멋쟁이는 아니거든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연출할 수 있다면 이미 멋쟁이나 다름없지요.”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영상촬영·편집=김혜림 기자 fingswoma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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