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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5·18작문집 “광주 시민의 올바른 국가관 누구도 못 따라와”

by 광주일보 202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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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모이자고 약속하지 않았는데 나가보면 모두한자리인걸 보면 광주 시민(의) 국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구나 하는걸 느낀다.”

 

석산고 1학년 2반 54번 최병문 씨가 40년 전인 1980년 5월을 직접 경험한 뒤 10개월 후 ‘광주 민중봉기’라는 제목으로 직접 기록한 작문이다.

40년 전 17살, 속칭 ‘머리에 피도 안마른’ 최씨에게도 5·18은 “정치적 장난이 아닌 한마디로 피의 투쟁”이며 공동체 그 자체였다는 게 그가 쓴 작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인 3일, ‘오월, 그날의 청소년을 만나다’ 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고 40년 전 5·18을 경험했던 석산고 1학년생 186명이 쓴 ‘5·18 작문집’을 공개한다.

작문집은 석산고 국어교사인 이상윤 선생이 1981년 2월 말께 2학년으로 올라가는 석산고 1학년 학생들에게 내준 숙제였다.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당시 1학년 8개 반 186명이 숙제를 제출했다. 반과 이름을 적은 작문이 144개, 이름만 확인되는 작문이 1개, 반만 적은 작문이 13개, 어떠한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작문이 28개이다.

작문집은 같은해 5월, 동료 교사인 박형민 선생에게 전달됐고 박선생은 1987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 기증했다. 이렇게 전달된 작문집은 지난 7월 5·18기록관에 기탁됐다. 작문집 일부가 전시회 전시물로 활용된 적은 있지만 전체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문에는 학생들이 본 5·18 현장에 대한 느낌, 정부의 인식 등이 드러난다.

 

당시 석산고 1학년 4반 33번이던 서충렬씨의 작문에는 “이 사건을 굳이 ‘사태’라기보다는 ‘의거’라고 칭하고 싶다”면서 “정부에서는 이를 일부 불순분자의 책동이라고 했으나 이는 믿을수 없는 무책임한 말이다. 그리고 외신기자 등에 의해 찍힌 필름은 외국에서 방영이 되는데 왜 당사자인 우리들만이 보지 못하는지 의문스럽다. 외국에서는 이 사실을 모두 기사화 하는데 우리 정부는 왜 억압하려 하는가?”라고 쓰여 있었다. 당시 5·18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통제, 불합리한 언론보도 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처참한 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

“5월 20일에는 도청으로 친구와 가는 도중에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 무수히 얻어맞아 피멍이 들어 죽어있는 시체를 달구지에 싣고 몰고 다니는 인파를 본 것이다. 얼마나 맞았으면 그렇게 됐을까”, “도청 주위에 바리게이트를 친 군인들을 뚫을려고 하다 발포된 총탄에 청년이 사살된 것을 보았다. 초등학생이 구경하다 총탄에 맞는 것도 보았다”, “상무관에는 시체 주인이 나온 사람에 한해 관에 넣어 거기에 임시 안치해놓고 사람들이 들어오면 그 죽은 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향을 피우고 애국가 제창을 하며 그들의 넋을 위해 묵념을 드리기도 했었다” 등 무서운 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1학년 6반 31번이었던 서왕진씨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의 권력자들은 국민의 위에서 억압하려하지 말고 국민이 잘 살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정호기 전남대 박사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작문집 전체를 평가 분석한 뒤 ‘고등학생의 시선으로 구성한 5·18담론’이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당시 고등학생에게 5·18이 어떻게 인식 및 기억되고 있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게 정박사의 분석이다. 정 박사는 “작문집은 석산고 1학년 학생들의 상당수가 5·18에 참여했거나, 현장 혹은 사건을 목격 및 관찰했음을 증언하다”면서 “작문집은 5·18이 종료된 이후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진 집단 증언”이라고 평가 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5·18 당시 고등학생인 6명이 발표자로 나서 헬기사격 목격 등을 증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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