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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르포-‘진흙도시 ’된 구례·곡성

by 광주일보 2020.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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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범벅 쓰레기장 방불…수도·전기마저 끊겨 ‘막막’

 

10일 오후 제5호 태풍 ‘장미’의 비구름으로 인해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구례군 5일시장에서 상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흙범벅인 상품들을 깨끗한 물로 씻고 있다. /구례=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물폭탄’을 맞은 구례·곡성 주민들의 상처는 깊고 컸다.

물도 끊기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밤을 지샌 주민들은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로 처참한 생활 터전을 정리하기도 바쁜데, 또 비까지 내리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10일 오후 다시 찾은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5일 시장에서 만난 철물점 ‘조광기물’ 주인 고옥순(여·75)씨는 진흙으로 범벅이 된 빗자루와 걸레자루를 물로 씻어내며 탄식을 내뿜었다. “전기도 끊기고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데 비까지 오니 속상해 죽겠네.”

비가 그치고 시장을 덮었던 흙탕물이 빠졌지만 진흙이 범벅이 된 가재도구·옷가지 등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면 모두 망가질 것 같은데, 단수로 물이 나오지 않으면서다. 고씨 뿐 아니다. 시장 상인들 모두 답답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구례군이 1500ℓ살수차를 동원해 상인들에게 물을 공급해주고 있었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설거지는 커녕, 먹는 물도 모자란 상황에서 전기마저 끊겼다.

고씨는 “어두컴컴한 가게 안은 쌓아놓은 물건이 혹여 무너질까 무서워서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진흙이 덮고 있는 시장 바닥은 아예 걸어 다니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밀려온 쓰레기도 가득 넘쳐나면서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상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하나라도 더 건지려고 허리조차 펴지 못한 채 열심이지만 하늘은 무심하게도이날도 비를 뿌렸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진용상회 조봉자(여·75)씨는 진흙과 기름때가 잔뜩 묻은 옷을 빨래판에 올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주유소에서 나온 기름이 옷에 묻어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식료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건어물가게를 하는 손정자(여·75)씨는 시름 가득한 얼굴로 가게 안에 주저 앉아있었다. 손씨는 “가게 안에 쌓아뒀던 고추, 마늘, 건어물을 다 내다 버렸어. 자그마치 1억은 넘을 건데”라며 “군에서 조금만 빨리 알려줬으면 이렇게는 안됐을텐데…”라며 울먹였다.

축산 농가들도 시름이 가득했다. 소들로 가득해야 할 봉서리 한 소 사육장은 소 한마리만 덩그러니 사육장을 지키고 있었다.

봉서리에서 소를 키우는 이복순(여·69)씨는 떠내려간 소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 이씨는 하루 아침에 소 40마리를 잃었다. 이씨는 “소들이 어디 가서 죽어있는지, 살아있는지 알 길이 없어. 속상해 죽을 것 같애”라며 “내 전재산이었는데…”라며 울상을 지었다.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며 물에 잠겼던 곡성군 신리마을 주민들도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75가구가 살고있는 신리마을은 마을 주민 대다수가 멜론, 감자, 딸기 농사를 짓고 있지만 섬진강 범람으로 한 순간에 모두 망쳤다. 곡성은 멜론 주산지이기도 하다.

문종식(70)씨는 “멜론 재배 비닐하우스 17동이 물에 잠겼다. 피해액만 비닐하우스 한 동에 1800만원 이상 될 것”이라며 “집이 물에 잠겨서 하우스는 가볼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했다. 문씨는 이날 하루종일 물에 잠겨 못쓰게된 가구들을 집안에서 꺼내 나르기 바빴다.

신리마을 이장 이윤희(57)씨는 “추석에 맞춰 출하하려고 기르고 있던 멜론이 다 못쓰게 됐다”며 “우리 마을 주민 대다수가 메론 농사를 짓는데 이번 비로 피해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구례·곡성=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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