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광주전남연구원 공동기획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다섯 가지 제안
<3>대학·민간기업 낙후지역 이전 특별법 제정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공공기관과 함께 수도권에 집중된 유명대학, 대기업의 낙후지역 이전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인센티브 지원, 강제 조항 마련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기관 이전 시즌 2를 비롯한 향후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수도권에서 가장 멀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이 우선 적용되도록 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으로의 이전은 균형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데다 ‘수도권의 외연 확장’에 따른 먼 지역의 소외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 전망’에 따르면 직업, 교육 등을 이유로 20~30대 인구가 계속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오는 2050년 광주와 전남의 인구는 122만명, 157만명으로 급감하게 된다. 인구의 감소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지역 발전·혁신의 주축이 되는 젊은층이 수도권 등으로 나가 살면서 지역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에는 수도권으로 이동한 지방 인구 4만4000명 가운데 직업 1만7000명(38.6%), 교육 7000명(15.9%)의 비중을 보였는데, 2019년에는 8만3000명 가운데 직업 6만4000명(77.1%), 교육 2만1000명(25.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과거 20~30년간 수도권 대학들이 지방 인재들을 대거 흡입하고, 졸업한 뒤 이들은 대기업 본사 80% 이상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 직장을 찾아 거주하고 있다. 여기서 전남이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인구 감소로 초·중학생마저 씨가 마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지난 2018년 ‘인구절벽 시대 교육정책의 방향 탐색’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은 초등학교 489곳 중 240곳(49.1%)이, 중학교 256곳 중 125곳(48.8%)이 학생수가 60명 이하인 미니학교였다. 초·중학생의 부모에 해당하는 30~40대가 지역 내에 그만큼 없다는 의미다.
과거 수도권 유명대학들과 경쟁을 벌였던 지방거점국립대도 점차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도 이를 인식하고,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올해 신설했다. 국비 1080억원을 투입해 경남, 충북, 광주·전남 3곳을 선정, 지역내 대학들끼리 공동·복수학위를 주는 ‘공유대학’을 만들고, 광주·전남의 경우 전남대 등 15개 대학, 한국전력공사·자동차부품연구원 등 31개 지역혁신기관과 플랫폼을 구성해 에너지 신산업, 미래형 운송기기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수도권 대학들에 밀려난 지방대학을 살려내고, 관련 대기업, 연구기관 등의 집적을 통해 지역경제 기반을 혁신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보다 높은 수준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지만, 열악한 재정력, 미흡한 지역 여건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광주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계기로 기업 등 투자유치 인센티브를 5억∼10억원 초과 금액의 10% 이내로 상향한 투자유치 촉진 조례 및 시행규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산업트렌드와 정부 정책에 맞춰 파격적인 투자 인센티브제도를 마련, ‘1000억대 투자유치 프로젝트’ 발굴과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대기업이 5000억원 이상 투자할 경우 해당 시·군 등과 협의해 투자 부지를 무상제공 또는 무상 임대하고,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하던 보조금을 투자액과 고용 규모에 따라 1000억원 까지 늘려 잡았다. 없는 살림에 상당한 재원을 내걸고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로 성과를 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균형발전을 하겠다는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설 경우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몰려 있고, 물류·정보·인재 등을 갖고 있는 수도권에 머물거나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웅희 광주전남연구원 융복합산업연구실장은 “국가균형발전의 큰 틀은 사람·공간·산업이며, 그 중심은 당연히 사람일 것”이라며 “인구감소지역을 인구강소지역으로 혁신하기 위해서 인력을 양성해 공급하는 대학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편중된 대학, 중견·대기업, 기업부설연구소룰 지방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 기업·대학의 지방 이전 시 국가 등의 행·재정적인 지원을 명시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서 국가의 책임과 부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박 실장의 주장이다. 그는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국립대 연합체제 또는 대학간 네트워크 구축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지역 인재들이 굳이 수도권의 대학과 기업에 갈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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