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배달업체 알바 추가 고용 옛말…“대목 기대했다 물거품”
시청률 낮고 매출 견인했던 축구 탈락…경영난 속 휴가철 겹쳐 한숨만
“올림픽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배달이 줄어 올해 대목 장사는 글렀네요.”
‘2024 파리올림픽’이 개막한지 3일이 지났지만, 광주·전남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치킨, 피자, 보쌈 등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자영업자들은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물가에 경영이 힘들어도 근근이 버텨내면서 올림픽 대목을 기대했으나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29일 자정 중국과 대한민국 여자양궁이 결승전에서 격돌했지만,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남구 봉선동의 한 족발 전문 업체의 전화기는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도 울리지 않았다.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에는 수분 단위로 울리던 주문전화가 잠잠해 업소 안은 한산했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자 업소주인의 환호만 이어졌다.
족발집 사장 김모(67)씨는 “지난 올림픽이나 월드컵 땐 장사 준비 때문에 제대로 경기를 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주문이 없어 대표팀 경기를 볼수 있었다”면서 “양궁 여자 대표팀 10연패 소식은 기쁘지만 매출로 연결되지 않으니 허탈하다”고 했다.
인근 치킨집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국제 스포츠 경기 시즌에 하룻밤 최대 120마리까지 주문이 폭주했지만, 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50마리 매출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치킨 등 배달 자영업자들은 보통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엔 배달 주문이 몰렸지만, 이번 올림픽은 특수가 없다고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끝없이 치솟는 물가에 경영난에 허덕이던 자영업자들이 희망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특수가 실종된데는 축구, 배구 등 인기 구기 종목 다수가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올림픽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떨어진 탓이다.
남구 백운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성주(67)씨는 “올해 초 아시안컵엔 평소보다 30~40% 가량 매출이 늘었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도 기대했는데 특수를 못느끼고 있다”며 “지난 올림픽 땐 코로나로 사람들이 집에서 경기를 많이 봤고 배구 등 인기종목의 재밌는 경기도 많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배달플랫폼의 치솟는 수수료 부담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구 봉선동에서 22년째 치킨집을 운영하는 허모(66)씨는 “어차피 팔수록 손해인데 올림픽이라고 다를 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허씨는 “올림픽이라고 주문이 크게 늘지도 않는데 배달앱 수수료는 건당 14%씩 나간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광고료를 지불해도 배달 앱만 배불리니 장사를 해도 ‘제 살 깎아먹기’”라고 울먹였다.
지역 자영업자들은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를 접고 빨리 문을 닫는 업소들까지 있다.
자영업자들은 기존 올림픽 대목 땐 영업시간을 늘리고 아르바이트를 추가 고용하는 등 대비를 했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을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식용유 등 식자재 물가와 배달앱 수수료가 치솟는 상황에서 한 두 건 주문을 더 받기 위해 투자하는 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남구 주월동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진숙(여·54)씨 역시 일찍이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한씨는 “예전 같으면 올림픽 개회식 즈음에 주문이 몰릴텐데 이번엔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경기 종목을 보고 재료 추가 주문을 결정하는데 이번엔 평소와 마찬가지로 주문했다. 여름 휴가철까지 겹치며 사람들이 다들 여행을 떠난 것 같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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