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법의 대표 생물로 꼽혀온 왕우렁이가 어린 모를 갉아먹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급기야 피해를 막기 위해 왕우렁이 수거 기간까지 정해 농경지와 용·배수로 주변 우렁이 알 찾기에 나서는가 하면,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 약을 추가로 투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 양상 변화가 친환경 농업 정책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윤명희(민주·장흥 2) 도의원은 지난 26일 열린 제 383회 임시회 제 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 발언을 통해 왕우렁이 농법에 대한 재검토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원래 우렁이 농법은 농약을 대신해온 대표적인 친환경 제초방식으로 알려져있다. 논에 모를 심고 난 뒤 논에 우렁이를 투입하면 잡초를 제거할 수 있어 친환경 벼 재배농가의 노동력과 경영비 감소 등에 도움이 됐다는 게 지역 농민들 설명이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생태 양상이 바뀌면서 겨울에 폐사해야 할 왕우렁이가 죽지 않고 성장한데다,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봄철 모내기한 어린 모를 갉아먹는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전남도는 급기야 친환경 벼 재배 농가에 왕우렁이 피해 예방을 위한 약품비로 시·군과 함께 5억 2000만원을 지원했고 7월 한 달을 ‘왕우렁이 일제 수거 기간’으로 정하고 우렁이 찾기에 나섰다.
전남 22개 시·군의 왕우렁이 농법에 지원비로 40억원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왕우렁이가 농민 뿐 아니라 전남도와 시·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명희 의원은 “겨울에 살아남아 벼를 갉아먹는 왕우렁이로 인한 농사 피해가 늘면서 일부에서는 벼농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알려지고 있다”며 “우렁이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방제약제를 사용할 경우 친환경을 위해 우렁이를 도입한 게 다른 농약 사용을 불러오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고 말했다.
윤 의원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는 만큼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농업기술 연구와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 지속적인 친환경 쌀 농업 지원에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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