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시한 3개월 앞두고 7546건 중 708건 조사 그쳐
여순사건위, 25일 담양서 희생자 19명 ‘유해 봉안식’
여순사건 진상규명·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여순사건위)가 여순사건 희생자 19명의 시신을 발굴해 ‘유해 봉안식’을 연다.
2022년 여순사건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추모 행사’지만, 여순사건위의 법적조사 기한이 오는 10월 만료될 예정이어서 진상 규명과 유해발굴 등 현안에 차질이 우려된다.
여순사건위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구례군 구례실내체육관에서 ‘여순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봉안식 및 최종보고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여순사건위는 지난해 11월부터 담양군 대덕면 문학리 옥천약수터에서 발굴 작업을 해 희생자의 유해 19구를 발굴했다.
유해는 뼈에 총탄이 그대로 박혀있거나 두개골에 총상이 있는 등 집단 학살 정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학살 직후 일부 유족들이 해당 장소에서 유해 일부를 수습해 갔다는 증언도 나온만큼 실제 학살된 사람의 수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순사건위는 이번에 발굴된 시신들이 한국전쟁 직후 구례 발생한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구례 보도연맹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구례지역 국민보도연맹원 38여명이 희생된 참사다.
당시 군경은 이들이 인민군에게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담양군 대덕면 문학리 옥천약수터 골짜기로 끌고 가 집단 학살했다.
여순사건위는 유해 봉안식을 마친 뒤 유해로부터 유전자(DNA) 시료를 채취해 유가족들과 대조하는 등 신원 확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여순사건 전문가들은 이번 발굴을 계기로 여순사건위가 직권 조사를 통해 경찰서 등 기록을 전수조사하고 정확한 학살 경위를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들은 아직 미처 발굴하지 못한 여순사건 관련 유해가 곳곳에 남아있는데다 희생자·유족 결정을 비롯한 진상규명 조사도 지지부진하다는 점에서 특별법 시효를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희생자와 유족 등 조사 대상이 7500건을 넘어섰는데도, 조사 기한을 3개월여 앞둔 지금까지 조사 진척도가 10%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순사건위는 중앙위원회(위원장 한덕수 국무총리)와 실무위원회(위원장 김영록 전남도지사)로 구성돼 있으며, 실무위에서 신고 접수 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중앙위에서 희생자 및 유족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순으로 조사가 이뤄진다.
여순사건위에 따르면 17일 현재 기준 여순사건위에는 총 7546건의 희생자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실무위를 통과한 것은 2741건 뿐이며, 중앙위 심의까지 마친 건수는 전체 신고 건수의 9.3%인 708건에 불과하다.
현행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는 여순사건위가 10월까지 조사활동을 마치고 내년 4월까지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순사건위 관계자는 “현행법이 정해놓은 시한까지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76년 전 사건을 다루는 만큼 사실상 마지막 진상조사 활동이 될텐데 부실 조사로 끝내서는 안된다. 특별법을 개정해 조사 기한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여순사건위 중앙위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순사건위 진상규명 과정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추모 사업인데도 중앙위원 한 명도 참석하지 않고, 구례군 여순사건 유족 일부와 중앙위 실무자 등 50여명 수준의 작은 행사만 연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앙위는 행사 준비 과정에서 실무위원들에게 봉안식 개최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순사건위 관계자는 “유의미한 행사조차 조촐하고 조용하게 처리해버리는 것도 이상하고, 실무위원장인 전남지사조차 참석하지 않는 추모식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한 여순사건위 중앙위원은 “전 정부에 비해 현 정부는 여순사건에 관심이 없다”며 “중앙위부터 여순사건에 무관심하다 보니 큰 행사를 열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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